일본, 필리핀서 ‘새로운 아시아 인프라 전략’ 첫발
미국은 TPP 타결 ‘안간힘’…중국과 ‘경제 주도권’ 다툼 가열
2015-08-02 11:41:35 2015-08-02 11:41:35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성공적으로 출범함으로써 국제 금융질서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 영역에서 기존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미국과 일본의 반격도 만만찮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필리핀 철도 사업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상 최대인 2조원 이상의 차관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북부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 약 40㎞ 구간을 건설하는 데 약 2400억엔(약 2조2645억원)의 차관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5월 발표한 새로운 아시아 인프라 투자 전략의 첫 사례가 된다. 아베 총리는 중국이 AIIB를 출범시키는 상황을 의식하는 듯 일본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질 좋은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2016∼2020년 아시아 지역에 대한 기반시설 투자를 지난 5년보다 약 30% 많은 1100억달러로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마닐라와 남부 지역을 잇는 철도 사업의 입찰 절차도 조언하기로 하는 등 필리핀 인프라 건설에 매우 적극적이다.
 
미국과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최종 타결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중국과의 무역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 협상에는 미국과 일본,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한다. 이 나라들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38.2%를 차지한다. TPP가 협정이 발효될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경제 통합체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최종 타결을 목표로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하와이에서 열린 12개 당사국 각료회의가 끝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막을 내림으로써 TPP의 앞날이 안개에 휩싸였다. 당사국 대표들은 당초 완전한 최종 합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로 협상에 임했지만 합의안 자체를 마련하지 못했다. 낙농품 시장 개방, 자동차 교역, 생물의약품(신약특허) 자료 보호기간 등의 쟁점에서 이견이 뚜렷했다. 다음 각료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폐막된 것은 난기류에 휩싸인 TPP의 상황을 보여줬다.
 
이로써 임기 내에 TPP를 타결하려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소속 정당인 민주당 의원의 상당수가 TPP 협상 진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캐나다의 10월 총선과 미국의 내년 11월 대선 등 각국의 정치 일정이 즐비한 상황에서 오는 9월 초까지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TPP 조기 발효는커녕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TPP를 무력화하기 위한 중국의 구상은 자신들은 물론 미국과 일본까지 모두 참여하는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FTAAP 구상의 로드맵을 발표해 참가국들의 동의를 얻어 냈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지난달 31일 하와이에서 열린 TPP 각료회의 장면.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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