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로를 향한 화해의 손짓을 잇달아 보내고 있다.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2014년 시 주석의 남한 우선 방문 등으로 냉랭해진 북·중 관계가 복원의 길로 접어든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7일 정전협정 62주년을 기념해 평안남도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전사자 묘지에 화환을 보냈다. 마오쩌둥의 아들 마오안잉 등 한국전쟁 참전 중공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2013년 이곳을 직접 찾은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에는 화환도 보내지 않았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지난 26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전국노병대회 축하연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드린다”는 발언을 두 차례 하기도 했다. 작년 정전협정 61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중국’이란 단어를 언급하지도 않았던 것과 달랐다.
작년과 올해의 이같은 차이를 종합해 볼 때,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중국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헌화 사실이 28일 중국 관영 언론들에 의해 집중 보도된 것은 중국 측의 호응으로 풀이된다.
중국 언론들의 반응보다 더 직접적인 것은 시진핑 주석의 행보다. 시 주석은 27일 북한과 접경한 랴오닝성의 성도이자 동북지역 최대도시인 선양을 방문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16~18일에도 지린성 일대를 둘러보면서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당시 연변박물관에서 북한·중국·러시아 3국의 경제협력을 염두에 두고 추진돼온 두만강 유역 경제벨트 프로젝트인 '창지투 개방선도구' 사업을 “중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 후 불과 9일 만인 27일 다시 선양을 찾은 것은 동북지역에 대한 관심을 거듭 강조하는 것으로, 북·중 경제협력을 후원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 행보로 읽힌다.
중국은 북한과의 악화된 관계를 계속 끌고 갈 경우 지역정세를 관리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이 10월 노동당 창건기념일을 계기로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는 등 정세에 파장을 일으키는 행위를 막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추진되는 각종 경제개발 프로젝트의 진전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26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노병대회에서 축하연설을 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인민지원군에 “경의를 드린다”는 발언을 두 차례 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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