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서산 공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셀이 생산되고 있는 모습. 사진/SK이노베이션
29일 충남 서산시 지곡면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화성동 내 위치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배터리를 빼곡히 담은 상자가 컨베이어벨트 위로 실렸다.
3층 공장에서 전지조립을 완성한 뒤, 출고 전 마지막 공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1층으로 배터리를 내려보낸 것이다. 화성 공장은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하기 전 충전 검사, 등급 분류 등을 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마지막으로 육안 검사를 끝내면, 최종 출하가 이뤄진다.
지난 2012년 9월 완공된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은 약 7만평 부지에 연면적 약 1만7000평 규모로, 배터리 제조에 필수인 전극·셀·팩까지 일관 양산하는 체계를 완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설비를 기존 대비 두 배 규모로 증설하는 공사를 완료하고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했다.
서산 공장은 이번 증설로 기존 300MWh에서 700M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전기차 3만대에 공급 가능한 규모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기존 대전 기술원 내 100MWh를 포함해 총 800MWh의 생산 설비를 갖추게 됐다. 서산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는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쏘울 EV'와 중국 베이징자동차의 전기차 'EV200', 'ES210'에 공급된다. 서산 공장은 현재 100% 가동률로 24시간 제품을 생산 중이다.
증설은 현대기아차, 베이징자동차 등 국내·외에서 수주가 꾸준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는 보급형 전기차 기아차 레이EV(지난해 말 기준 1056대 등록)와 쏘울EV(385대 등록)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했다. 지난해 국내 보급 전기차(2703대) 중 절반 이상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셈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속속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그해 10월에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차량인 선바오와 판매용 차량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올해는 현지 자동차 업체에 하이브리드 버스용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는 등 중국 내 수주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이 2020년까지 누적 기준 50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발판으로 2017년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셀공장 3층 복도 한편에는 배터리 사업의 탄생부터 도약까지 성장의 발자취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사진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모든 자동차가 우리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휘발유를 대체하는 그 순간까지 SK 배터리팀은 계속 달립니다. 나도 같이 달리겠습니다." 수많은 사진 속에서 배터리 사업을 향한 격려의 메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대전 GT(Global Technology·기술원)에 파일럿 생산설비를 들여왔을 때 남긴 글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는 최 회장의 부재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정철길 사장이 올해 초 SK이노베이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챙긴 사업이 배터리 부문이다. 첫 투자 사업으로 서산 공장 증설을 결정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어려운 경영 여건 아래서도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과 자사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지난 5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배터리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포기는 없다"면서 "적은 인력과 사업규모로도 꾸준한 수주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증설을 통한 공급량 증가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홍대 SK이노베이션 B&I 총괄은 "올 한해는 현대기아자동차, 베이징자동차 등에 총 2만 여대 분량의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기존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차별화한 기술력과 성능으로 국내외 배터리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산=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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