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투자자 A씨(주부·50세)는 매일 오전 컴퓨터를 켜고 매매 종목의 공시와 증권사 리포트를 확인한다. 그는 최근 2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면서 투자의견이 달라진 종목이 없는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주식투자를 하는 B씨(남·35세)의 경우 리포트는 거의 보지 않는다. B씨가 특정한 지표를 위주로 종목을 직접 골라 투자하는 성향인데다 '매수' 일색인 리포트를 보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리포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종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료다. 하지만 B씨처럼 리포트 자체를 외면하는 투자자도 적지않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애널리스트의 소신있는 리포트 작성을 주문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업계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
애널리스트의 건전 투자문화 유도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애널리스트, 증권사 직원의 3%도 안돼
리포트를 작성하는 애널리스트 숫자는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6월말) 기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외국계 제외)는 총 972명으로, 지난 2010년 말과 비교해 314명(24.4%) 줄었다. 지난해 말 이후에만 14명이 추가로 감소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를 포함한 증권사 임직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11년 이후 위탁매매 감소 등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직원이 대규모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애널리스트는 2011년(전년대비 -10.2%)에 이어 지난해에도 대규모로 추가 감원이 진행돼 전년보다 11.6% 인원이 줄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 전체 직원에서 애널리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8년 3.0%였다가 2010년 3.3%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부터 3% 아래로 내려갔다. 특히 대형사보다 소형사의 애널리스트 감소가 더욱 두드러진다.
'매수' 쏠림현상 고질적 문제…변화시도 움직임도
이렇다 보니 1인당 부담은 늘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1인당 월간 리포트 발간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애널리스트 1명은 2008년 월평균 5건의 리포트를 작성했고, 2012년 이후 6건, 지난해부터는 7건으로 늘었다.
애널리스트 등 리서치 부문 축소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어 심도있고 객관적인 조사분석 업무를 수행할 인력 강화와 환경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규림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리서치 부문은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역할보다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유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관점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분석 리포트를 생산하는 업계의 변신도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회사에 편집국을 설립하고, 한국은행을 거쳐 언론사 기자와 논설위원을 지낸 이주명씨를 편집국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증권사가 발간하는 글은 내가 읽어도 무슨 얘기인지 알기 어렵게 쓴 글 투성이"라고 지적한 후 이뤄진 결정이어서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또 B씨가 리포트를 외면했던 것처럼 업계와 당국 안팎에서는 '매도' 리포트 태부족을 고질적인 문제로 꼽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애널리스트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를 보면, '매수' 비중은 85%, '중립' 14.7%, '매도' 0.3%로 나타났다. 김규림 연구원은 "같은 기간 외국계 국내법인과 증권사의 국내 지점 '매도' 의견 비중이 각각 18.7%, 14.8%"라며 "국내 증권사는 매수 의견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다.
리포트에 담긴 종목 분석 A to Z
이처럼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리포트에서 가장 관심있게 보는 것 중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이다. 실제 장 개시 전 악재성 재료에 의해 종목 투자의견이 '매수'에서 '매도'로 의견이 하향될 경우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애널리스트들이 소신껏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같은 실적발표 시즌도 리포트는 중요한 참고지표가 될 수 있다. 전날 발표된 기업 실적을 동종업계 관점으로 상대평가하고, 성장성이 안정적인지 변동성이 커졌는지에 대한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반기와 내년 실적 전망도 체크포인트다.
이밖에도 실적과 주가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증시 지표들이 리포트에 포함된다.
PER은 회사의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데, 이 비율이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다고 여겨져 '저평가'된 종목이므로 상승할 여지할 높다는 걸 의미한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주당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고평가'됐다고 본다. ROE는 기업이 투자한 자본으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데, 10%이면 주주가 투자한 1000원으로 100원의 이익을 냈다는 뜻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수익성과 경영 효율성이 좋다는 의미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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