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법원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4월24일 민주노총 총파업과 5월1일 노동절대회를 주도했다는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등)다. 한국노총과 더불어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상대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이후 7년 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오는 7월15일 2차 총파업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해졌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 4월24일 총파업에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을 강행할 경우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부터 도입하는 등 강도 높은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결성, 정부에 맞서 총력투쟁을 다짐했다. 양대 노총이 의기투합해 총파업을 결의한 것은 지난 1996년 노동법 개정 투쟁 이후 20년 만이다. 노동계가 이번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방침에 대해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은 근로기준법과 충돌해 위헌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재계 또한 과도한 임금 부담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에 대한 입장과 첫 직선제 위원장으로서 펼칠 민주노총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본래 부당한 정권이 민주노총 지도부와 조합원을 대중과 분리할 때 자주 쓰는 수법이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 탄압을 통해 지도부를 묶어놓고 본인들의 뜻대로 이끌어 가려 하지만, 오판이다. 더 큰 반발로 확산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노동자를 대표하는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례는 없었다.
-정부와 재계는 내수 진작을 목표로 삼으면서도 정작 노동계의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다.
▲우리는 임금이 1만원으로 올랐을 때 노동자 삶의 질이 어떻게 바뀔지를 설명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월평균 소득은 209만원이 된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거나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무려 5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현재 죽어라 일해도 월급 116만원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라는 얘기였다. 이번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이들에게 희망이 될지, 절망이 될지 판가름이 날 것이다.
정부여당은 메르스 등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니 최저임금 인상 폭을 6~7%로 하자는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있다.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올해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최대 980만 노동자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국민임투’라 지칭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자 등 골목상권에 대한 문제는 다양한 세제와 차등 지원들을 검토하면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들 몇 개가 무너지면 망하는 경제를 계속할 게 아니라, 아래부터 온기를 퍼트려 탄탄한 경제구조를 만들고 외부 리스크에 강한 내성을 쌓는 게 중요하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서 절대적 저임금 노동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첫 직선제 위원장이 된 지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이라는 큰 장애물을 앞에 두고 있다.
▲투쟁을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해 직선제를 도입했다. 변화의 열망은 여전하다. 노동계를 향한 정부의 도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사용자(기업)를 대신해서 노사 관계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일반 해고에 대한 문제를 노동자들과 합의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주요 현안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떠밀려왔다. 패배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조만간 시점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는 민주노총이 출범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한국 사회와 노동자들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강경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삶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 착취와 고용 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만 한다고 일자리가 늘진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년까지 제대로 고용이 보장된 회사는 없다. 은행과 연구직 등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50세 이전에 모두 쫓겨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블루칼라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안’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질서를 운운하는 현 정부가 행정입법을 통해 자율적 노사 관계를 침해하는 등 법질서를 해치고 있다.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분명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사내유보금만 쌓아놓고 있다. 2~3년간 제대로 된 설비투자도 없고,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같은 질 낮은 일자리만 늘고 있다. 30대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간접고용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오는 15일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한국노총도 동참한다. 준비 상황은.
▲먼저 7월4일, 양대 노총의 제조·공공부문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두 노총의 주력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다. 96년 이후 처음 이뤄진 연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함께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전체 노동자들의 위기의식이 양대 노총의 연대를 이끌었다. 양대 노총 간 구체적인 공동투쟁 논의는 아직 없지만 사안별로 공감대가 형성됐고, 힘을 모아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맞서 싸울 생각이다.
-IMF 이후로 노조 가입률이 우려스러운 수치까지 떨어졌다.
▲노조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고, 성과도 있다.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잘못된 노동 체계를 바꾸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자기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경우 원청은 계약해지라는 방법을 통해 간접 고용노동자들을 해고한다. 하청회사를 바꾸고, 계약을 취소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남은 임기 동안 케이블 노동자나 마트 노동자, 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등 각 지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총력을 쏟겠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 최고의 복지다.
-요즘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와 연대해 고용안정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인식 변화가 일어난 결과다. 자본의 구조조정이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향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비정규직 이후엔 정규직을 해고하고, 그 다음엔 관리직을 해고한다. 정규직 일자리만을 지키겠다고 하면 결국 질 수밖에 없다.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면 노동자 앞에 붙은 비정규직이라는 글자를 지울 수 있다. 법으로 바꾸는 건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 투쟁으로 지우는 게 훨씬 빠르다. 이 문제는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으로 가지고 가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장 상점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일단 매각 규모가 크고, 많은 노동자의 고용과 직결된 사안이다. 내일(3일) 대책회의를 꾸릴 예정이다. 민주노총의 모든 역량을 쏟아 자본이 이동할 때마다 노동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더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홈플러스 노동자들 역시 싸우겠다는 투쟁의지가 높고, 매각 논의가 나오기 전부터 대책팀을 잘 꾸려온 만큼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함께 할 것이다.
-우리사회에는 아직 수많은 장기투쟁 사업장이 있다.
▲자본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어졌다. 이를 버린 지 오래다.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단식과 오체투지, 고공농성이다. 스타케미칼은 400일이 넘는 고공농성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 자본이 고용의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민심은 노동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과제와 숙제가 많다. 대충 할 수 없다.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투쟁을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다. 파업도 마찬가지다.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러설 곳이 없다. 고공농성을 하는 사람들은 정부에게 호소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부분 노동자에게 단결하자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절박함을 알고 있다. 힘을 모아가겠다. 분노를 모아서 노동자를 지켜내고 국민의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김영택·김상우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