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차지한 FC바르셀로나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FC바르셀로나(바르샤)가 유럽 프로구단 사상 최초로 두 차례의 '트레블(Treble)'을 달성하며 세계 축구사를 새로 썼다. 한 시즌에 한 팀이 세 개의 주요 대회를 우승하는 것을 뜻하는 트레블에 대해 유럽에서는 자국 정규리그, 자국 FA컵,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가 해당된다.
바르샤는 7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온서 시작된 2014~2015 UCL 결승전에서 전반 4분 이반 라키티치의 선제골과 후반 10분 기록된 루이스 수아레스의 골, 후반 추가시간 터진 네이마르의 골에 힘입어 유벤투스에 '3-1'로 이겼다.
바르샤는 이번 우승으로 '빅이어(UCL 우승컵의 별칭)'를 통산 5번째 들어 올리게 됐다.
결승전에 오기까지 바르샤는 힘겨운 대진을 소화했다. 바르샤가 상대했던 맨체스터시티, 파리생제르맹, 바이에른뮌헨 모두 소속 리그에서 손꼽히는 명문 구단이다. 이미 맷집을 다진 바르샤에게 유벤투스는 빅이어 획득을 위한 마지막 제물이었다.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FC바르셀로나의 이반 라키티치가 선제골을 넣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티키타카'로 선제골 넣은 바르샤
유벤투스는 그동안 UCL의 득점만 7점에 달하는 아르헨티나 용병 카를로스 테베즈를 공격 선봉에 올렸고, 중원에서 전방으로 골을 전달하는 선수로는 '게임 메이커' 안드레아 피를로를 내세웠다.
이에 맞선 바르샤는 '패스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앞세워 팀 특유의 티키타카(패스를 짧게 해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펼쳤다. 바르샤의 의도는 적중했다. 전반전 바르샤의 점유율은 66%에 달하며 유벤투스를 압도한 것이다.
선제골은 일찍 기록됐다. 전반 3분 상대 진영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네이마르가 이니에스에게 이어줬고, 이니에스타는 이를 이빈 라키티치에 넘겨 결국 점수로 연결한 것이다.
라키티치가 날린 깔끔한 왼발 논스톱 슛은 유벤투스 골대의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상대 수비들이 대놓고 보면서도 패스 흐름이 빨라 막지 못하는' 전형적인 바르샤 스타일의 득점이었다.
바르샤의 선제골이 나오자 유벤투스의 반격은 거세졌다.
피를로의 활약은 눈부셨다. '중원의 지휘자'라고 불릴 만했다. 다만 유벤투스는 최종 마무리가 아쉬웠다. 카를로스 테베스와 아르투로 비달의 역습은 날카로웠지만 점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앞서는 바르샤도 추가점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루이스 수아레스와 네이마르의 쌍포를 앞세운 바르샤는 유벤투스의 골키퍼인 지안루이지 부폰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전반 39분 수아레스의 회심의 슛도 부폰의 철벽수비에 차단단했다.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유벤투스의 알베르토 모라타가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라키티치-수아레스-네이마르, '이탈리아의 자존심' 무너뜨리다
쐐기골을 기록하려는 바르샤와 동점골을 넣어보려는 유벤투스 중에 성공한 쪽은 유벤투스다. 유벤투스의 동점골로 경기 진행은 더욱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유벤투스의 동점골은 알바로 모라타가 기록했다. 후반 9분 테베즈가 상대진영 우측에서 시도한 터닝 슈팅이 바르샤 골키퍼인 마크 안드레 테르 슈테켄의 선방에 막히며 밖에 나오자, 골 지역 왼쪽에 있던 모라타가 이를 가볍게 다시 밀어넣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추의 균형이 맞춰지자 바르샤의 반격은 매서웠다. 특히 올 시즌 120골을 함께 만들어낸 일명 MSN(리오넬 메시-루이스 수아레스-네이마르) 라인은 더욱 번뜩였다.
결국 다시 앞서가는 골을 바르샤가 넣었다. 후반 23분 메시가 상대진영 왼쪽에서 시도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바르샤의 골키퍼인 부폰의 선방에 막혀 나오자 반대쪽에서 오던 수아레스가 재빨리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바르샤는 곧 3분 뒤 네이마르가 추가골을 넣었지만 핸들링이 선언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패배 위기에 몰린 유벤투스는 페레이라와 요렌테를 투입하면서 총공격을 시작했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는 못했다. 마르키시오의 왼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에 막혔고 테베스의 슈팅도 골키퍼 바로 앞으로 향했다. 득점 기회가 오지 않았다.
주도권을 잡은 바르샤는 32분 이니에스타를 빼고 올 시즌을 끝으로 알 사드(카타르)로 이적하는 사비를 투입했다. 이니에스타는 사비에게 주장 완장을 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부탁했다. 사비의 900번째 바르샤 경기 출전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유벤투스는 경기 끝까지 총공세로 나섰지만 골은 오히려 바르샤의 몫이었다. 추가시간 네이마르가 쐐기골을 찬 것이다. 결국 이번 시즌 UCL 우승팀은 바르샤가 됐다.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FC바르셀로나의 루이스 수아레스가 결승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바르샤, 우승 영광 외에도 '730억원의 돈방석'
정규리그(프리메라리가)와 국왕컵(코파 델 레이)를 석권한 바르샤는 UCL 정상까지 오르며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6년 만에 팀 통산 두 번째 트레블 기록을 달성했다.
트레블 2회 달성은 바르샤가 처음이다. UCL만 보면 바르샤는 통산 다섯 번째(1992년, 2006년, 2009년, 2011년, 2015년) 우승팀이다.
반면 세리에A와 코파 이탈리아 동반 우승을 통해 트레블에 도전한 유벤투스도 트레블을 노려봤지만 바르샤 돌풍앞에 끝내 무너졌다.
더불어 유벤투스는 UCL에서 준우승만 6차례를 기록하면서 역대 UCL 최다 준우승(1973년, 1983년, 1997년, 1998년, 2003년, 2015년)의 웃을 수 없는 기록을 갖게 됐다.
우승팀이 된 바르샤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우선 우승 상금만 1050만유로(한화 약 131억원)에 육박한다.
유럽 다수 언론은 우승 상금, 본선 참가비(860만 유로·한화 106억원),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의 누적상금, TV 중계권료 등을 합쳐 바르샤가 받을 돈이 5800만유로(한화 약 7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최초의 2회 트레블'의 기록과 거액의 돈이라는 실속을 동시에 챙긴 바르샤는 이번 UCL의 진짜 승자였다.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FC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가 추가시각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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