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의 교두보’라는 찬사를 들으며 출발했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천대’를 면치 못하는 개성공단. 그곳의 이야기를 담은 책 <개성공단 사람들>이 출간됐다. 책을 총괄 기획한 인물이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현지에 체류하며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을 역임한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공단에 대해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남측 주재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도 담겨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와 ‘같으면서도 다른’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북측 근로자들은 개성공단에서의 노동의 의미부여에 대해 ‘통일’과 ‘평화’의 가치를 가장 앞에 둔다. 기존의 반공·반북 이념으로 보면 북측 사람들이 이런 평가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낯설고 신기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p50)
“남측에서 근로자가 150명이 넘어 인건비 때문에 사업이 어렵다는 분들에게 개성공단을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1970년대 중후반에 어떤 사업이 활성화 되었는가를 살펴보고 개성에 입주한다면 성공할 수 있어요. 개성에서는 못 할 사업이 없습니다.”(p113)
“그들도 처음에는 남한 사람들을 신기해했어요. 머리에 뿔 난 줄 알았대요. 우리가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들도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한 거죠.”(p145)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신변불안은 없었어요. 개성공단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습니다. 국방장관이 개성공단이 볼모가 되고 우리가 인질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말이 우리를 더 안타깝게 했죠. 북측에게는 모욕이었을 거예요.”(p147)
“주변 사람들이 개성 다녀온 소감을 물어봐요. 저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합니다. 사람 사는 건 똑같다고, 북측 주민들은 적이 아니라고요. 개성공단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셈이죠.”(p223)
“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 삶의 양식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 서 볼 수가 없다. 더 많이 만나고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가슴을 열어야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나야 하고, 관념이 아닌 실천으로 만나야 한다.”(p277)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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