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1979년 내 나이 37살, 아들 둘. 더 이상 전세살이도 힘들어 서울 영동(강남)에 집을 샀다. 3.3㎡ 68만원, 총 2100만원이나 하는 아파트를 분양 받았다. 아내와 먹고 싶은거 안먹고, 사고 싶은거 안사고 모은 돈과 대출을 받아 힘들게 마련한 내집이다. 빚지는건 정말 싫었지만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모두 가난했던 시대, 큰 꿈을 이뤘다고 부러워했다."
<#아들 이야기>"2015년 38살 직장인이다. 부모님 덕분에 강남에서 자랐고, 남부럽지 않은 대학을 나와 괜찮은 직장에도 들어갔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전세난에 쫓겨 경기도 한강신도시에 집을 샀다. 부모님한테 지원받았던 전세금으로는 돈으로는 택도 없다. 1억7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집을 산게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다."
아버지와 아들이 첫 집을 사게 된 사연입니다. 전세난이라는 공통된 이유로 집을 샀지만 주변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아마 아파트가 만들어 준 결과도 다르지 않을까.
아버지가 산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입니다. 꼭 은마가 아니라도 당시 이 근처 아파트 입주는 사연이 비슷합니다. 그때 얼마를 대출 받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분양 당시 2100만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현재 10억원이나 합니다.
노후 준비는 따로 필요없습니다. 대출도 갚아주고 노후까지 보장해 줄 돈이 아파트에서 나왔습니다. 하나의 아파트를 기반으로 몇채의 아파트를 더 사고 팔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들의 아파트는? 3억5000만원짜리 아파트. 갚아야 할 은행돈 1억7000만원. 아들은 한숨부터 내쉽니다. 요즘 부동산거래시장이 좋아지며 8년만에 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집값이 오를까'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은행의 노예가 될거란 우려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거래 108만건을 기록했던 2006년 서울 아파트값은 11.6% 올랐습니다. 그런데 100만건이 거래된 지난해에는 1.7%만 상승 했습니다. 최근 한 연구기관은 그 이유에 대해 집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1990년 전국 주택수는 716만가구였다죠. 2006년엔 그 전에는 더 적었겠죠. 지금은 1593만가구입니다. 재고량이 많아 거래가 늘어도 가격 상승이 힘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아파트. 아버지에겐 부를 안겨줬습니다. 과연 아들에겐 무엇을 남겨줄까요?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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