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돋보기)유상증자, '약'이 되거나 '독'이 되거나
2015-05-28 16:12:32 2015-05-28 16:12:32
지난해 드라마틱한 주가 성장으로 '게임주 전성시대'를 이끈 종목이 있죠, 바로 컴투스입니다. 사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애널리스트 인터뷰를 통해 주가 전망을 물었을 때 다들 고개를 저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익도 얼마 나지 않는 회사다, 불확실하고 위험하니 당분간 손도 대지 마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이 같은 인식에 정면으로 반박하듯, 주가는 몇 개월 뒤 수직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의 주인공이 됐고요.
 
그런데 요새는 컴투스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유상증자 소식이 걸림돌로 작용했는데요. 지난 22일 컴투스는 1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그리고 26일, 주가는 무려 8.7%나 급락했죠. 시가총액이 워낙 큰 종목이었기 때문에 전체 코스닥 지수가 휘청하기도 했습니다.
 
유상증자는 이렇게 통상 악재로 작용합니다. 유상증자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이 쓰는 수단인데요. 새로 주식을 발행해서 나눠주지만, 유상(有償)이니까 그냥 주지는 않습니다. 무상증자처럼 공짜로 배분하지는 않죠.
 
방식은 세 가지입니다. 원래 주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주주 배정이 있고요, 미리 정한 사람 또는 기관에게 주는 제3자 배정 방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반 공모가 있지요. 컴투스의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이뤄졌는데요. 일단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일부 포기된 주식(실권)들이 나오면, 이것들을 모아 일반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넘긴다는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서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이자를 내가며 빌리지 않고, 손쉽게 자금을 구할 수 있으니 좋겠죠. 하지만 주주들 입장에서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많아지면서 원래 갖고 있던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입니다. 주식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돈을 들여 유상증자에 참여해야 하구요.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악재로 작용한다고 보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유상증자 결정이 항상 주가에 독이 될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는데요. 해당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만한 사업에 투자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만 하면 유상증자를 발판으로 기업 가치가 향상될 수도 있는 거죠.
 
유상증자의 호악재 여부를 판단하려면 증자의 목적을 분석하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만약 부채가 과도하게 많고, 부실 징후가 뚜렷한 기업이 유상증자의 목적을 '운영자금 조달'로 모호하게 처리했다면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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