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지 반 년이 지났다. 도입 취지는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금지하고 혼탁한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겠다는 것. 6개월간의 시장 변화는 어땠을까.
혼란 속에 시작된 단통법이 자리잡는 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선 약정할인 반환금과 가입비가 폐지됐고 저가요금제 이용자도 차별없는 혜택을 받게 됐다. 반면 편법 마케팅은 더욱 음성화됐고 아이폰6 대란과 같은 불법 보조금 사태도 겪었다.
이에 따라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제대로 해결된 건 하나도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계는 '청신호', 시장은 '진통'
지난해 10월1일 단통법 시행과 동시에 이통 3사는 턱없이 적은 지원금을 공시해 시장을 냉각시켰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국감의 집중 포화를 맞은 뒤 시행 17일만에 업계 대표를 소집해 대책을 촉구했다. 직후 이통사들의 위약금 완화, 가입비 폐지 등이 시작됐고,
LG유플러스(032640)를 시작으로 중고폰 선보상제도 출시됐다. 10월 이통 3사의 가입자는 이례적으로 동시 순감했다.
11월이 되자마자 '아이폰6 대란'이 터졌다. 방통위는 이통 3사 임원을 형사고발 조치했고, 국회에선 단통법 개정안들이 발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개정보다 '보완'에 초점을 맞추고 약정할인 반환금 폐지와 12% 요금할인 기준 완화 등을 추진했다. 이 시기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두드러지며 최신 단말기로 확산될지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12월에는 일평균 이동전화 가입자수가 상당폭 회복됐다. 기기변경 비중 증가와 고가요금제 비중 감소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미래부는 단통법이 시행 3개월만에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1월 초부터 이통 3사의 리베이트 과열이 재발했고, 최초로 단독 사실조사를 받은 SK텔레콤은 최근 7일간의 신규모집금지 처분을 받았다. 연말연초 이통 3사가 공시지원금을 대폭 올렸지만 출시 15개월이 지난 구형폰에 집중되면서 '위약금 상한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2월 이후 SK텔레콤은 'T가족 포인트'를 종료했고 LG유플러스는 '가족무한사랑클럽'의 약관을 변경했다. 이통 3사의 '중고폰 선보상제'에 이어 '후보상제'까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모두 단통법상 '우회 보조금' 혹은 '이용자 차별' 틀에 걸렸다. 2월 중순부터 시작된 공시지원금 한파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며, 3월12일 국회에선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이 발의됐다. 최근엔 '통신 다단계'가 재등장했고, 페이백 피해민원이 증가하자 정부가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 "단통법 효과 분명..국지적 일탈 침소봉대하면 안돼"
이렇듯 지난 6개월간 이통시장은 큰 진통을 겪어왔다. 그럼에도 정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단통법은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내보이고 있다.
미래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단말기유통법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이동전화 평균 가입요금 수준은 단통법 시행 이전 4만5155원에서 이달 3만6702원으로 18% 이상 떨어졌다.
요금제별로 보면 5만원대 이하 중저가 요금제 가입비중은 66.1%에서 90%로 증가한 반면 6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비중은 33.9%에서 10.1%로 감소했다.
가입유형별로는 번호이동 비중이 38.9%에서 29.2% 줄었고 기기변경 비중이 26.2%에서 34.8%로 늘어났다. 부가서비스 가입비중도 37.6%에서 16.4%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단통법 시행이 ▲요금 절감 ▲이용자 차별 해소 ▲소비패턴의 합리적 변화 등의 측면에서 확실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류제명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단통법 시행 이전엔 이용자들이 극단적인 차별대우를 받았으나 현재는 공시 지원금 부분에서 확실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이용자 차별의 강도나 수준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류 과장은 "다만 여전히 남아있는 페이백 등은 해결과제"라며 "유통점 리베이트의 경우 사업자의 영업활동을 과다 제약하는 측면이 있지만 사실상 이용자 차별로 진전되는 측면은 대책이 필요해 방통위 쪽에서 한창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미래부는 단통법 이후 나타나는 국지적인 부작용을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인 시장 흐름이 바뀌는 와중에 나오는 일탈로, 문제점을 치유하며 성과를 내보이겠다는 것.
그러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은 애초에 '이용자 차별보호'와 '가계통신비 경감'이라는 물과 기름을 섞어놓은, 같이 갈 수 없는 정책"이라며 "지금이라도 유통점은 법을 지키면서 싸게 팔고 이통사는 요금을 낮출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