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경기자] '글로벌 면세사업 라이벌전 승기는 누가 잡을까.'
글로벌 영토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롯데와
호텔신라(008770)의 맞대결 열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양측 모두 야심차게 추진했던 글로벌 면세기업 인수전에서 희비가 엇갈리면서 쉽사리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구조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당초 세계 6위 면세기업 월드듀티프리(WDF) 인수 도전을 선언할 때 까지만해도 승기는 롯데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호텔신라가 세력 확장에 유리한 고지에 다시 올라선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WDF 인수전에서 세계 1위 스위스 듀프리그룹(점유율 15.86%)에 밀려 고베를 마셨다.
롯데(점유율 7.55%)는 WDF(점유율 6.98%)를 인수해 점유율 14.53%로 뛰어올라 듀프리까지 잡겠다는 시나리오였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무려 4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베팅해서까지 WDF를 손에 넣겠다는 의지를 피력할 정도로 욕심을 냈지만 결국 무산되면서 글로벌사업 속도에도 다시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반면 호텔신라는세계 1위 기내면세점 업체 디패스(DFASS) 인수에 성공했다. 우선 디패스 지분 44%를 1억500만 달러(약 1176억 원)에 디패스 지분 44%를 우선 인수하고, 5년 후 지분 36%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실속 있는 알짜베기 회사를 적당한 가격에 품에 안았다는 평가다. 기내면세점은 공항이나 시내점과 달리 임차료과 인건비 부담이 없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패스의 주요 사업지역은 미주로 기내 면세점, 면세 도매유통, 공항 및 국경지역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호텔신라는 단순 거점 확대를 넘어 다양한 채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디패스는 향수와 화장품 유통에 특화돼 있어 국내 면세점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향수와 화장품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주지역이 주요 사업 지역인 만큼 미국 브랜드 화장품 원가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호텔신라로선 신규 채널을 확보하고 지역적 침투를 가속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를통해 해외 시장으로의 침투 역시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패스는 전 세계에 걸쳐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어 호텔신라는 미국,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지로 사업권을 빠르게 확대할 길이 열린 것이다.
한편 이처럼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올인하는 이유는 원가 경쟁력 확보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쇼핑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결국 롯데와 호텔신라가 요우커들의 관광 동선을 따라 면세점 매장을 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우커는 국내 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지로 뻗어나가는 관광객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마카오를 찾은 요우커는 전년보다 14%, 미국은 2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각 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업체들은 아시아시장에 치중돼 있는 매출구조로 원가 측면에서 글로벌 업체 대비 여러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구조적으로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지역적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세계 면세점업계 큰손인 요우커를 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양측 모두 요우커들의 유입이 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 입성 등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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