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애경기자] 국내 제약사들의 선진국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일괄약가인하 등 각종 정책적 변수로 인해 내수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제약사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 제품수출 중심에서 마케팅 및 생산, R&D 시설 설립 등 해외 현지화 목적으로 해외 진출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에 대한 북미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생물학적제제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IVIG-SN은 면역계를 증강시키는 효과가 있는 혈액분획제제로 500~6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녹십자의 대표 제품 중 하나다.
녹십자가 다국적사의 세계적인 독점을 깨고 2012년 출시한 희귀질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 세계에 시판되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헌터라제와 엘라프라제(젠자임) 두 품목뿐이다.
헌터증후군은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수가 70명 정도이며,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명의 환자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녹십자는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에 대한 유럽과 미국 임상 3상을, 유방암치료제(MGAH22)에 대한 미국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간세포암 치료제(JX594)에 대한 미국과 한국 임상 3상을 계획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북미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의 세계 혈액제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인 큰데다, 혈액제제는 제제 특성상 고순도로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헌터증후군은 환자 1인당 1년에 3~4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고액 치료비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세계 시장이 약 7000억원 규모인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까지 고려하면 수년 안에 1조원 시장으로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카바페넴계 항생제 '메로페넴'에 대한 미국 FDA의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공장실사까지 마무리된 상태다. 대웅 메로페넴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메렘'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으로, 이번에 승인을 받으면 미국 시장에 진입한 토종복제약 1호가 된다.
메로페넴은 병원에서 중증 박테리아 감염에서부터 일반 감염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항생제다.
대웅제약은 미간주름치료제 '나보타'에 대한 미국과 유럽 임상 3상 시험도 실시하고 있다. 나보타는 흔히 '보톡스'라고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작년 4월 국내에 출시됐다.
미국 보톡스 시장은 1조4000억원 규모이며, 오는 2020년 3조원까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 임상은 2016년말까지 완료하고 2017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보톡스 시장은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반해 4~5개 제품밖에 판매되고 있지 않아 향후 시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LG생명과학은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인 'LBEC0101'에 대한 임상 3상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LG생명과학이, 일본에서는 파트너사인 일본 제약사 모치다가 실시한다. 향후 해당 약제가 일본 허가를 받으면 LG생명과학이 제품의 개발·생산을, 모치다사가 일본내 판매·마케팅을 맡는다.
세계 엔브렐 시장은 약 9조원 규모이며, 일본 시장은 4000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선진국은 허가절차가 까다롭고 진입 장벽이 높아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먼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본 바이오시밀러 전문업체인 모치다사에게서 제안이 들어와 일본 시장 진출을 함께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녹십자, 대웅제약.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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