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 내정자, 김병효 우리PE 사장 내정자, 정기화 우리종금 사장 내정자, 이용권 우리기업 사장 내정자.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첫 자회사 인사가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달 취임한 이 행장의 색채가 사장단 인사에서 얼마나 묻어났는지 의문표가 붙는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보수적인 인사로 이어졌다는 평가와 업무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칫 영업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임 부행장들 대거 계열사 사장으로
22일
우리은행(000030)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임기가 만료된 우리카드,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우리종합금융 등 우리은행 계열사의 차기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내정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초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물러난 부행장들이 대거 돌아왔다. 우리카드 신임 사장에는 유구현 전 부동산금융사업본부 부행장이 내정됐다.
우리PE 신임 사장은 김병효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이, 우리종금 신임 사장은 정기화 전 우리은행 부행장이 내정됐다. 김 전 사장과 정 전 부행장은 모두 우리은행에서 HR본부 부행장을 거쳤다.
우리은행이 출자한 용역관리 업체인 우리기업 대표에는 이용권 전 중소기업고객본부 부행장이 가게 됐다. 김종완 우리FIS 대표와 허종희 우리신용정보 대표,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연임됐다.
지난달 우리은행 임원 인사에 이어 이번 자회사 사장 인사에서도 한일-상업은행의 황금비율이 지켜졌다. 금감원 출신인 주재성 대표 등을 제외하고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임원이 고루 분포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장 내정자들이 퇴임 후 공백이 없는 임원들로서 내부 출신이기 때문에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 민영화 성공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업무 연속성 '뚝'..상반기 영업목표 70% 달성 어떻게
하지만 당장 전임자 흔적 지우기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우리카드의 경우 그간 뛰어난 실적을 보여준 강원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카드 사업과 직무 관련성이 적은 유 전 부행장이 왔다. 나머지 계열사와 달리 카드사 사장은 청와대의 검증 결과를 기다리느라 인사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행장과 강 사장 모두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이광구 행장보다는 청와대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유 전 부행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은 대구고 출신이다. 최근 관치금융 및 정치금융 논란이 일었던 금융사에서 대구고등학교 출신들이 약진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KB금융(105560) 인사에서도 KB데이타시스템 사장으로 영입된 김윤태 전 산업은행 부행장과 사장으로 승진한 전병조 KB투자증권 부사장 등이 대구고 출신이라 뒷말이 많았다.
우리카드 내부에서는 유 전 부행장의 내정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카드 노조측은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 전 부행장의 능력이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HR 담당 임원들이 자회사 사장으로 간 것도 달갑지 않은 점이다. 한 관계자는 "노조위원장 출신이나 인사노무담당 임원이 인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게되는 것도 우리은행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민영화를 앞두고 영업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우리은행에서는 올 상반기까지 영업 목표의 70% 달성, 하반기 9월까지 100% 달성이라는 영업실적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 행장의 임기 첫 해이다 보니 영업 드라이브가 강하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취임 전에 내정설 논란에 휩싸인 이 행장이 자회사 인사에서 외풍에서 자류로웠나 하는 점은 의문'이라며 "업무 연속성의 측면에서 영업실적에 드라이브가 걸릴려면 시간이 걸릴 듯 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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