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실적경쟁 과열..제2의 모뉴엘사태 우려
기술금융 도입 4개월 만에 대출 실적 30배나 급증
2014-12-10 17:38:00 2014-12-10 17:38:01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모뉴엘의 수천억대 대출사기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기술금융 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1922억원에 그쳤던 기술금융 대출 실적은 지난달 말 5조8848억원으로 4개월새 30배 넘게 급증했다.
 
기술금융은 중소·벤처기업에 담보가 아닌 기술력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제도로, 전망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은행들이 제대로된 기술력 평가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출을 추진하다 훗날 이번 모뉴엘 사태처럼 중소기업의 부실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모뉴엘 파산 선고로 수천억원대 대출이 물려 있는 여러 은행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기술금융 지원을 적극 추진하도록 혁신성 평가 항목 중 기술금융 평가지표를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은행별 기술금융 실적을 공개하는 한편, 이를 평가해 은행장과 임원들의 성과 보수에 포함하겠다며 금융권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정부 재촉에 등 떠밀려 기술금융을 확대하면서 제2의 모뉴엘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은행간 경쟁 과열로 인한 실적 부풀리기 등 부작용도 벌써부터 속출하고 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기업은행이 대출을 진행한 중소기업 가운데 기술 6등급 이하 기업이 231 곳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반면,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고, 2등급은 1%에 불과했다. 기술력보다는 기술금융 실적을 위해 기술금융 대출을 해준 셈이다. 더욱이 신규기업은 4%에 그쳐 기술금융 도입의 본래 목적인 전망있는 새로운 중소기업 발굴도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자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성과 평가를 위해 실적을 올리라는 은행 내부의 압박이 있다"면서 "사실상 리스크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해 대부분의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시행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시간을 두고 한건 한건을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실적 반영이라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니 은행에서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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