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포스터 (사진제공=무비꼴라쥬)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올해 나이 27세 천우희는 2004년 우연한 계기로 영화 <신부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지나가는 여학생 역을 연기한 그에게는 대사도 있었다. "저건 뭐 하는 거야?"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애드리브를 했던 그 때를 돌이키며 천우희는 "이상하게도 촬영장이 즐거웠고 뭔지도 모를 연기가 재밌었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선지 딱 10년이 되는 2014년 천우희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종 영화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렸다. <써니>에서는 본드를 마셨고, <마더>에서는 옷을 벗었고, <카트>에서는 카트를 밀면서 연기 내공을 쌓은 천우희는 시간이 지난 만큼 위상도 달라졌다.
그는 제34회 영평상에서는 타이틀롤로 출연한 영화 <한공주>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천우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에 대한 호평은 대단했다. 22만 관객수가 든 작은 영화임에도 주요 수상 부문에 이를 소외시키지 않은 영평상의 결정에 대해서도 큰 반향이 일었다.
지난 22일 있었던 대종상에서 천우희는 또 한 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은 실패했지만,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영예로운 자리였다. 재밌는 점은 천우희는 신인상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력이 오래된 배우일지라도 시상식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면 신인상을 거치기 마련인데, 시상을 하는 입장에서 <한공주>에서 보여준 천우희의 연기력은 신인상을 주기엔 아까웠던 것 같다.
그만큼 천우희가 <한공주>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다는 것은 이견이 없을 듯 하다. 그는 40여명의 남자들로부터 끔찍한 사건을 당한 여학생 한공주의 상처받은 감정과 그래도 살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희망과 발버둥을 내비친다. 감정을 끌어올리지 않아도, 깊이 있는 대사를 하지 않아도 그가 짓고 있는 표정만으로도 그 아픈 심정이 느껴진다. 워낙 훌륭한 연기여서인지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올해 최고의 여배우로 천우희를 꼽는 이가 적지 않다.
오는 12월 17일 열리는 제35회 청룡영화상 역시 천우희를 지나치지 않았다. 김희애, 심은경, 전도연, 손예진까지 내로라 하는 배우들과 한 자리에 섰다. 인지도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는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번 청룡영화상의 여우주연상자리를 두고 손예진과 천우희의 2파전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종상에서 수상을 한 손예진과 영평상에서 꽃이 된 천우희 중 2관왕의 영예는 누가 안게 될까.
"연기하는 입장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에요. 고민을 정말 많이했죠. 이 상처받은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요. 앓듯이 연기했어요. 그래도 빠져나오려는 노력도 많이했죠. 연기 배울 때 '배우는 캐릭터를 닮는 것도 잘 닮고 비우는 것도 잘 해야한다'고 배웠어요. 공주를 연기하고 일주일 정도 몸도 마음도 아팠어요."
천우희가 그 어떤 때보다도 힘들게 연기한 <한공주>. 그 힘겨운 노고가 이번 청룡영화상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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