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최근 여의도와 충무로는 '20대 남녀배우의 기근'이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스타들은 이제 30대가 됐다. 비주얼과 연기력이 뒷받침되는 20대 배우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하다.
그런 와중에 이러한 기근현상을 해소할 신예 배우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준영과 박정민, 천우희가 그들이다. 연기적인 면에서 기성 배우들에 비해 밀리지 않으며, 20대만의 신선한 마스크를 갖고 있다. 이들 세 사람은 방송국이 모여있는 여의도, 영화 제작사들이 즐비한 충무로가 주목할 만한 재목이다.
◇서준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서준영, '정의로운' 비주얼..이성민·정재영에 밀리지 않는 연기력
서준영은 지난 2005년 1000:1의 경쟁을 뚫고 자양강장제 광고를 통해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만큼의 비주얼을 갖췄다. KBS2 '반올림3'에서 주인공으로 나섰다. 연기력에서는 아직 미흡했다.
이후 꾸준히 연기에 대한 열망을 갖고 실력을 갈고 닦았다. 지난 2010년 영화 '회오리 바람'으로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했고, 지난 2011년 '파수꾼'으로 제19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영화부문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드라마에도 꾸준히 활약했다. KBS1 '웃어요 엄마', SBS '뿌리깊은 나무',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활약했다. 연기력은 더욱 성장했다.
그리고 이번에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췄다. 탁월한 캐릭터 분석력,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정재영과 이성민 등 대선배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다.
"정의로운 얼굴을 가져서 캐스팅했다"는 이정호 감독을 흡족하게 하는 연기력이었다. 억관(이성민 분)의 파트너 현수로 분한 서준영은 법과 정의, 도덕이라는 관념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경찰로서 회의감을 느끼는 대목을 정확히 표현해 공감을 자아냈다. 크지 않은 역할이었음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준영과 호흡을 맞춘 이성민은 "연기에 대한 태도가 좋았다. 끊임없이 자신의 연기를 의심하더라. 크게 기대가 되는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박정민 (사진제공=골든타이드픽쳐스)
◇박정민, 독립영화의 신성..놀라운 신스틸러
영화 '감기'에서 박정민의 역할은 작았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총으로 위협하는 군인이었다. 사람들을 죽이고 묻으려는 운동장에서 모친을 발견하는 인물이었다. 오열하며 분노했다. 다른 사람들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과 어머니도 죽어야한다는 생각에 미친 듯 발악했다. 비록 '감기'가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지만, 박정민이 연기한 장면의 흡인력은 대단했다.
서준영과 함께 '파수꾼'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박정민은 '댄싱퀸'에서 뽀글이 역할로 감초 역을 톡톡히 했고, '전설의 주먹'에서는 임덕규(황정민 분)의 아역으로 나왔다. MBC '신들의 만찬'과 '골든 타임'에도 출연했다.
부드러운 인상인듯 한데, 사나운 역할도 잘 어울렸다.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한 잠재력를 지녔다.
상업영화와 드라마를 오고고던 박정민은 독립영화 '들개'에 출연하며 스스로를 다졌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놓치지 않고 연기력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오는 5월 방송예정인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캐스팅됐다. 이승기, 안재현, 고아라, 차승원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독립영화를 오가며 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은 박정민. 조만간 '믿고 보는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천우희 (사진제공=무비꼴라쥬)
◇천우희, 꼬띠에르도 반했다
천우희는 영화 '써니'에서 본드를 부는 여학생으로 등장했다. 몽롱한 눈과 미친 듯한 표정이 압권이었다. 처음보는 얼굴인데 궁금했다. 다소 찢어진 눈에 마른 체격을 가진 그의 비주얼은 '예쁘다'는 느낌보다는 '신선하다'였다. 어떤 캐릭터든 완벽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외모였다.
오랜기간 '써니'가 대표작이었다. 그 이후로 나선 작품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분명 뛰어난 연기를 펼쳤지만, 김희애,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에 가려졌다.
그런 그가 영화 '한공주'의 타이틀롤로 등장했다. 만 27세라는 나이에 교복을 입은 천우희는 10대의 풋풋한 감성을 그대로 품은 채, 40여명의 남자들에 끔찍한 사건을 당한 여학생 한공주의 상처받은 감정을 완벽히 표현한다.
한공주라는 캐릭터는 분명 어려워보였지만, 천우희는 이를 통해 관객을 설득했다.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임이 틀림없다.
프랑스 출신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는 "여주인공(천우희)의 연기가 너무 놀랍고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이외에도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고 있는 '한공주'를 본 거장들은 하나 같이 천우희를 칭찬 중이다.
천우희는 이에 멈추지 않는다. 명필름이 제작하는 '카트'에도 캐스팅됐다. 연기력 면에서 극찬을 받는 이 배우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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