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초부터 국제 철광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철강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인하로 생산비용은 낮아졌지만 동시에 수요처의 가격 인하 요구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국내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수입재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광석의 평균 국제 시세는 올 톤당 1분기 122달러에서 2분기 118달러, 3분기 100달러, 4분기 85달러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초 스팟 가격은 톤당 70달러선도 무너졌다. 이는 연초 대비 4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지난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호주, 브라질 등 대규모 철광석 광산업체들의 과잉 생산과 더불어 철광석의 최대 수요국인 중국이 환경문제와 철강 공급 과잉 문제 해결을 위해 감산에 돌입하면서 철광석 수요가 줄었든 탓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이달에는 맑은 하늘을 위해 중국 정부가 철강 생산 제한조치를 강화하면서 국제 철광석 가격이 7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산시성에는 중국 철강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철광석과 더불어 철강의 주요 원재료인 석탄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석탄 평균 가격은 올 1분기 톤당 143달러에서 2·3분기 120달러, 4분기 119달러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스팟 가격이 111.4달러까지 추락했다. 역시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와 대규모 광산들의 감산 정책 부재 등이 얽혀서 나타난 현상이다.
3분기는 여름휴가와 추석 등으로 조업일수 적어 철강업 비수기에 해당되지만 연결기준 포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8.9%, 현대제철은 133.6% 증가했다.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와 함께 원재료 비용 하락으로 마진율이 상승한 덕이다.
하지만 이같은 실적 호조가 수요업체의 가격 인하요구로 이어지면서 철강업계도 마냥 웃을 수 만은 없게 됐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의 경우 지난 3~4월에는 톤당 8만원, 5~6월에는 톤당 9만원씩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철강업계가 원재료 비용 하락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반면 자동차 업체들은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 또한 올해 신규 수주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후판 수입이 늘면서 철강업체들이 이에 대응해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철강 전방산업인 조선, 건설,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재의 내수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업계에서는 원재료 절감 비용보다 오히려 가격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는 처지다.
상반기와 달리 3분기의 경우 가격 인하분이 반영되지 않아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능했지만 4분기에 인하분이 반영되면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철강업체들은 자동차 등 판매처와 가격 협상을 진행 중으로 가격이 확정될 경우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등 수입재에 대응해 꾸준히 가격을 낮춰왔기 때문에 수요처의 가격 인하 요구를 다 들어주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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