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토마토DB)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은 건설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 하지만 정작 하도급업체들에게는 큰 도움이 안된다. 원사업자인 종합건설사는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보호 장치는 허점투성이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거래가 끝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건을 조사개시 대상으로 하고 있다. 건설위탁의 경우 원사업자가 하도급자에게 건설위탁한 공사가 완공된 날이 된다.
법적으로 3년 이내에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할 수 있지만 실상 그런일은 거의 없다.
원도급사인 종합건설사가 3년 이상의 하자보수 책임을 지우면 하도급사는 불공정거래 제소 시효를 넘겨버리게 된다.
서해종건의 하도급사로 일하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조경회사 L대표는 서해종건이 39개월을 하자보수책임기간을 설정, 불공정하도급 거래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하자보수책임기간은 공종별로 1~10년을 적용하거나 또는 당사자가 협의할 수 있게 돼 있다.
L대표는 조경공사의 경우 하자보수책임 기간은 1~2년이지만, 서해종건이 발주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정위 시효를 초과하는 장기 책임을 묻고 있다고 읍소했다.
특히 통상 3~5%인 하자보수보증금율도 10%로 설정, 거액의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공정위 제소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10억원이 하자보수보증 돼 있을 경우, 원도급사가 하자보수 책임을 묻는다면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L대표는 "공정위법이 3년이라는 것을 아니까 39개월로 만들어 놓은게 아니겠는가"라며 "설사 (서해종건과)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하자가 남아있는 한 하도급사들은 꼼짝 못한다. 2012년에 한 공사 하자보수책임이 아직도 남아있어 공정위에 가서 제소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공정위의 매년 하도급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서면실태조사도 하도급사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공정위는 1년에 한차례 하도급거래 실태 등 조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하도급사는 이때 발주자인 종합건설사의 불공정한 거래 행위에 대해 제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실제 하도급사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 부도난 B토목의 K대표는 "예전에 여직원이 나에게 보고하지 않고 공정위 서면조사를 작성해서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원도급사가 어떻게 알았는지 뭐라고 하더라"면서 "공정위에 얘기했더니 다시 작성해서 보내라고 말하더라, 공정위 조사는 의미없다"고 공정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추가공사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하는 표준계약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하도급사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당초 계약하지 않았던 추가공사를 할 때 원칙적으로 새로 계약을 하거나 변경계약을 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원도급자는 계약 종료 단계에서 하도급사에 추가공사에 따른 공기지연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 또한 계약이행보증금을 청구, 하도급사 신규공사 수주를 막아 폐업 위기로 몰아넣기도 한다.
이동우 변호사는 "관련 법이 계약 단계부터 완료 단계까지의 잘못된 하도급거래 관리가 철저하지가 못하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분쟁이 생겼을 때 국토부나 공정위를 이용하면 분쟁이 합리적으로 해결되고 억울함이 해소된다는 신뢰가 있어야하는데 시일이 오래걸리다 보니 행정기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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