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가스 협상에서 지급보증이란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 양국 관계의 골이 깊어졌다.
생산지 표시 문제로 양국 간의 무역장벽마저 높아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불안감이 누그러질 것이란 전망이 무색해졌다.
◇러시아, 우크라에 지급보증 요구..IMF "곤란하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가스 대금 납부 능력이 도마 위에 올라 러시아와 진행하던 천연가스 재개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천연가스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가스 대금을 완납할 수 있다는 보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앞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나오지 않았던 얘기다. 며칠 만에 러시아가 가스 공급 재개에 앞서 지급보증이란 전제조건을 추가한 것이다.
지난 19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올겨울 가스 가격을 1000입방미터(CBM) 당 385억달러로 합의했고 이 대금은 내년 3월 말까지 지불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밀라노 정상회담장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당시 양측 대표는 아직 최종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 둘 사이를 중재했던 유럽연합(EU) 또한 이번 가스 협상 덕분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완화될 여지가 생겼다며 안도했다.
그러나 없었던 조건이 새롭게 추가돼 당장 가스가 필요한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오는 29일에 재협상을 벌이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보증 기관을 섭외해야 하는데,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 채권단들은 지급보증을 서주기 곤란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페트로 포로센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IMF에 신청한 20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이 승인될지도 불확실하다. 일부 IMF 위원들은 포로센코가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월 IMF는 우크라이나에 2년간 170억달러(18조1000억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지원안을 승인한 바 있다.
◇러시아, 우크라 금수조치 추가..과일·야채 수입 전면 금지
우크라이나 무역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산 과일과 야채를 수입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이날 러시아 소비자보호감독청은 "우크라이나 검역당국은 미리 요청했던 질의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생산물과 그곳을 거쳐오는 과일과 야채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산 과일과 야채에 생산지 표시가 제대로 돼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제시했다.
생산지 표시가 없으니, 우크라이나가 유럽 식품을 자국산으로 속여서 러시아로 수입해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금수조치로 수출을 금지당한 유럽 식품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매개로 무역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서방 쪽으로 기우는 우크라이나에 경고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금수 조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친서방 운동이 벌어진 올 초부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산 감자와 해바라기씨, 옥수숫가루, 맥주, 초콜릿, 과일통조림, 과일주스 유제품 등을 수입하지 않았다.
이 여파로 올 상반기 동안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수출은 23%나 줄었다. 이번 제재까지 더해지면 수출 감소액은 3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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