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소격동’, 감성과 시대 정신의 오묘한 동거
2014-10-02 14:12:29 2014-10-02 14:12:29
◇신곡 '소격동'을 발표한 가수 서태지.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수 서태지의 신곡 ‘소격동’이 2일 베일을 벗었다. 발매를 앞둔 서태지의 9집 앨범의 선공개곡인 '소격동'은 서태지가 작사, 작곡을 했고, 가수 아이유가 노래를 불렀다. 서태지의 신곡이 세상에 나온 것은 지난 2009년 발표한 8집 앨범 이후 약 5년 만이다. 서태지는 오랜만에 내놓은 신곡을 통해 대중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서태지 출생지 '소격동'..일렉트로닉 장르에 감성 녹여내
 
‘소격동’은 1980년대 소격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소격동은 1972년생인 서태지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 한 편의 동화와 같은 느낌을 주는 '소격동'은 먼 옛날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다. 서태지는 감성적인 가사로 옛 추억에 대해 그려냈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아이유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곡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살려냈다. 낮은 담장과 가로등을 돌아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듯한 시각적 묘사가 잘 드러났다는 평가.
 
흥미로운 부분은 서태지가 감성적인 느낌의 노래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일렉트로닉 장르를 통해 '소격동'의 감성을 표현했다는 점이다.
 
'소격동'은 일렉트로닉 소스에 트랩(trap) 사운드를 가미한 스타일의 곡이다. 듣는 이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느낌의 곡들을 만들 경우, 가수의 목소리와 가사를 강조하기 위해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배제하는 것이 보통. 하지만 '소격동'에서 서태지는 오히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앞세웠다. 노래 부르는 이의 목소리를 돋보이도록 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악기 사운드의 어우러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서태지 특유의 혁신적인 음악 코드가 잘 드러난다.
 
◇'소격동'을 부른 가수 아이유.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
 
서태지는 그동안 ‘교실 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시대 유감’ 등의 노래를 통해 의미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소격동’이 과거를 추억하는 감성적인 곡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80년의 소격동은 당시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가 있었던 곳이다. 국군보안사령부는 군사 정권이 누렸던 무소불위 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곳.
 
서태지는 '소격동'에서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등의 가사를 통해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드러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내용의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라는 가사에서도 어딘가 모를 서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소격동'은 이처럼 어린 시절에 대한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와 시대에 대한 날카롭고 차가운 이미지가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노래다.
 
◇온라인 음원차트 1위 휩쓸어..10일 서태지 버전 '소격동' 공개
 
2일 공개된 ‘소격동’은 온라인 음원차트를 뒤흔들어 놨다. 이 곡은 멜론, 벅스, 엠넷, 소리바다,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싸이월드뮤직, 지니 등 총 9개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서태지의 변함 없는 영향력과 오랜만에 공개된 서태지의 신곡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소격동'이 공개되기 전,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테마로, 두 개의 노래와 두 개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두 가지의 비밀 이야기를 퍼즐처럼 풀어나가는 새로운 형식의 콜라보레이션 '소격동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던 서태지 측은 '소격동'의 뮤직비디오를 오는 6일 공개할 예정이며, 10일엔 서태지가 부른 버전의 '소격동'이 공개된다. 
 
서태지가 자신이 직접 부른 '소격동'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한편 서태지는 오는 18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을 개최하고, 20일 ‘콰이어트 나이트’를 발매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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