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김현수 "혜택을 위해 뛰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파"
2014-09-29 07:42:34 2014-09-29 07:42:34
◇김현수. (사진=이준혁 기자)
 
[인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이번 대회에 대한민국을 품고 나왔다. '코리아'를 새겼다. 그런데 무슨 혜택을 위해 뛰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파 힘들었다."
 
그동안 한국 야구 대표팀 붙박이 3번타자 김현수(26)는 취재진과 진행하는 믹스드존 인터뷰를 재미있게 이끌었다. 해맑은 얼굴에 장난기 넘치는 말투 그리고 재치있는 입담은 대화가 딱딱하지 않게 했다.
 
그렇지만 28일 경기종료 이후 만난 김현수는 모처럼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바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결정지으며 얻은 '병역 혜택'에 관한 것이다.
 
김현수는 "정말 힘들게 이겼다. 선수들이 긴장되고 부담되는 이기기 힘든 상황에서도 잘 이겨냈다. 단 한 번도 쉬운 경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쉽게 이기면 너무 쉽게 승리했다는 말이 나오고 어렵게 이기게 되면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코리아'를 가슴에 새기고 최선을 다했다. 대회에 우리 대한민국을 품고 나왔다. 그런데 무슨 혜택을 위해 뛰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파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현수가 말하는 무슨 혜택은 '병역혜택'을 뜻한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는 병역 미필자가 모두 13명이나 된다. 한국 나이로 이제 서른인 나지완(KIA)와 오재원(두산)을 시작으로 김상수·차우찬(삼성), 김민성·한현희(넥센), 나성범·이재학(NC), 유원상(LG), 손아섭·황재균(롯데), 이태양(한화), 홍성무(동의대·KT 입단 예정)가 그들이다.
 
이번 야구 대표팀은 최근 프로야구의 '투고타저(投高打低)'를 여실히 보여주는 팀이다. 쉬어갈 틈이 없는 막강 타선이 특징이다. 국가대표의 팀인만큼 당연히 리그 최고의 투수진이 곁들여졌다. 주력 선수가 대거 제외된 대만이나 사회인야구 선수들을 내보낸 일본 등과는 실력 차이가 매우 커 대회 전부터 자연스레 '금메달 0순위'로서 손꼽혔다.
 
그렇지만 그만큼 메달 부담도 컸고 구설에 오르기도 쉽다. 지면 망신이고 이겨도 큰 폭으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설령 금메달을 따도 병역 혜택에 대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력 낮은 팀들을 꺾고 병역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현수는 "금메달을 무조건 딴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부담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금메달이라는 게 무조건 딸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은 이기기 힘든 팀이다. 야구는 정말 모르는 것이다"라고 이날 경기의 어려움을 말했다.
 
김현수는 8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중요한 안타로 1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나성범의 땅볼에 홈을 밟으면서 이날 '결승점'을 올렸다. 
 
그는 "직구가 아니면 칠 수 없었을 것이다. 천관위의 공이 지난번과 비교해 꽤 좋았다"며 "'병살타만 치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운 좋은 타구가 나왔다. 야구는 '어떤 형태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제 김현수는 다시 리그로 돌아가 활약을 펼친다. 
 
그는 "이제 대표팀 생활은 여기서 끝이다. 앞으로 두산 선수로 다시 뵙겠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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