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에 경제? 최경환 "기업인 사면" 발언 논란 확산
황교안 이어 최경환도 언급..정부와 교감 후 여론 반응 떠보기?
2014-09-26 14:38:30 2014-09-26 14:38:3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인이라고 지나치게 원칙에 어긋나게 엄하게 법 집행을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최 부총리는 25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물론 기업인들도 죄를 저질렀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된다"면서도 지금은 "투자 부진 때문에 굉장히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날 언론을 통해 알려진 황교안 법무부 자관의 "기업인들에게 사면·가석방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견해에 박근혜 정부 실세인 최 부총리가 "전적인 공감"을 표시한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뉴스토마토)
 
최 부총리의 사면 가능성 언급은 총수가 수감 중인 SK그룹과 태광그룹 등 대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진다.
 
적자를 감수하고 내년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 재정건전성을 사실상 포기하면서까지 경기부양에 사활을 건 정부로서는 투자의 확대와 소비의 진작을 통한 내수 부진 극복이 절실하다.
 
이에 최 부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재벌 총수 불관용 원칙'을 어김으로써 수반될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업인 사면 가능성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2기 내각 경제수장인 최 부총리가 정부와의 사전 교감도 없이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기업인 사면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내놓았겠냐는 해석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최 부총리는 일단 "전혀 공감대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황교안 장관 발언 질문을 하셔서 답을 드린 것"이라며 "평소 전적으로 그런 식의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이례적으로 예고도 없이 지난 7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불쑥 기자실을 찾은 최 부총리는 줄곧 손사래를 치며 가벼운 대화를 하는 자리라고 강조했지만 경제 관련 현안에 대한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참석차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최 부총리가 작심하고 기업인 사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떠본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를 핑계로 기업인 사면을 단행할 경우 발생할 법적·도덕적 부담보다 경제활성화에 올인하려는 모습을 정부가 드러내자 비판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재벌들을 사면코자 하는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친(親)재벌적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 부장은 "과거 재벌 총수들의 구속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사범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은 기업경영차질, 경제살리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총수들은 구속되었으나 그룹 경영엔 차질이 없었고, 재벌기업들은 오히려 문어발식 확장까지 했다"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경제살리기를 하려면 재벌과 상위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서민들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펴야할 것"이라고 경실련은 강조했다.
 
공전 중인 정기국회 정상화가 이뤄지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통과에 일익을 담당해야 할 야당 의원들의 지적도 쏟아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두 장관이 이틀을 연이어 재벌 총수 사면에 관해 운을 띄우고, 특히 최 부총리는 일부러 기자실을 찾아가 이번 발언을 남겼다"며 "필경 의도가 있는 행위"라고 봤다.
 
김 의원은 "그 의도는 바로 '공약을 뒤집기 위한 여론 탐색용 꼼수'가 분명하다"면서 기업인 사면이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라면 '증세 없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이 사실은 '부자증세 없다'로 밝혀졌듯, '법 앞에 평등'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법 앞에 서민들만 평등'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일침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재벌,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사익을 위해 기업에 손해를 끼쳐 법률을 위반한 재벌 총수들의 구명까지 나선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의원은 '특히 '경제살리기', '투자' 운운하며 재벌 총수 사면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최 부총리의 수준을 의심케하는 발언"이라면서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법의 심판을 받은 재벌 총수를 풀어줘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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