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황민규 기자]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 급속히 와해되는 조짐이다. 협상단을 구성하고 있는 8명 중 6명의 피해자와 가족이 삼성전자(005930)와 직접 협상하기로 결정하면서 교섭단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공동운명체로서의 상호신뢰가 깨졌다는 말이 안팎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1일 반올림 일부 가족들은 성명서를 내고 "지금까지 함께 고생했던 분들과 끝까지 가지는 못하게 됐지만 황상기 교섭단 대표를 중심으로 사과, 재발방지대책, 보상에 대하여 삼성과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도록 끝까지 교섭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협상단에 참여한 피해자 8명을 대상으로 우선 보상안을 제안해 왔다. 반면 반올림은 산재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자연스레 협상은 진통을 겪었으며, 이 과정에서 반올림 협상단 내부의 이해도 충돌했다.
지난 8월13일 열린 6차 교섭에서 반올림 교섭단 중 다섯 가족이 삼성전자가 앞서 6월에 열린 3차 교섭에서 제시한 우선 보상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분열이 표면화됐다. 이어 7차 교섭을 앞두고 지난 29일 진행된 교섭단 전체모임 후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도 삼성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기로 결정하면서 반올림 교섭단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이로써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가족 및 유족 8명으로 구성된 반올림 협상단 중 6명이 삼성과의 직접 협상에 돌입했다. 반올림 협상단은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씨 어머니 김시녀씨 2명만 남게 됐다.
남아 있는 반올림 가족들은 "교섭단 내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황에서 지난 29일 교섭단 전체모임을 열어 토론을 했지만 뜻을 모으지 못했다"며 "삼성 측이 제시한 '8명 우선 보상안'이 반올림 교섭단을 분열시켰다"고 탓을 삼성전자로 돌렸다. 삼성 측이 협상단 내부의 이해를 적절히 이용해 분열을 조장했다는 주장이다.
반올림은 또 "교섭단에 참여한 8명만이 아니라 더 많은 피해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보상 기준이 필요하다"며 "삼성은 반올림 교섭단 재편을 핑계로 교섭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일부 가족만을 보상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명에 대한 보상을 우선 논의하고,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는 전문기구를 만들어 보상 기준을 논의하자는 기존 취지를 지켜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황상기씨를 비롯한 반올림 관계자들이 '일부 피해자 우선 보상 방안'을 반대하는 기자회견 중인 모습.(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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