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무려 10년째 만성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소니 TV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커브드 UHD TV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소니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65인치·75인치 커브드 UHD TV를 공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소니의 첫 공식 커브드 UHD TV 출격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지역에서도 같은 제품에 대한 판매를 준비 중에 있다.
소니는 라이벌이자 절대강자인
삼성전자(005930)가 먼저 중국에서 커브드 UHD TV 판매를 시작한 만큼 공격적인 가격전략을 선택했다. 커브드 UHD TV의 현지 판매가를 65인치 3만2999위안(한화 550만원)과 75인치 4만9999위안(약 840만원)으로 책정한 것. 현지에서 판매 중인 비슷한 사양의 65인치 삼성전자 제품이 630만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80만원 정도 저렴하다.
소니는 지난해 2분기 세계 UHD TV시장에서 42.4%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시장은 부활의 단초로 받아들이며 반색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활발한 마케팅과 중국 제조사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 확대 등으로 점유율은 금새 하락세로 반전했다. 여기에 재정난이 겹치며 마케팅에 힘을 빼면서 올 1분기 점유율은 9.8%로까지 급락했다.
소니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니가 초기 시장을 열었지만 본사 재정난의 여파로 TV사업의 목표를 시장점유율이나 수익 개선에 초첨을 맞춘 사이 타사 기술력이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속된 부진에 한때 시장에서는 매각설까지 제기됐지만 소니는 간판사업인 TV부문 부활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한때 전자업계를 호령하던 소니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었다. 또 시장이 차세대 TV로 재편되면서 부활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마무라 마사시 소니 TV 부문 사장은 “정확한 규모는 밝힐 순 없지만 올해 TV부문의 흑자 전환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회계연도 기준 소니의 TV 사업은 29.7%의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이처럼 오랜 부진에도 TV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온 데다 지난달 ‘소니 비주얼프로덕츠’라는 이름의 자회사 형태로 TV사업부를 독립시킨 만큼 이번 커브드 UHD TV의 출시는 의미가 깊어 보인다.
현재 커브드 UHD TV시장은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55인치부터 105인치까지 4종류의 크기별 커브드 UHD TV를 시장에 선보이고, 이중 3종을 중국시장에 내놨다.
박재순 삼성전자 중국 총괄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커브드 UHD TV 개최 행사에서 “중국에서 커브드 UHD TV를 폭넓게 선보이고 다양한 UHD TV를 도입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커브드 UHD TV가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전 세계 TV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현지 TV주요 제조사들이 내수시장에 탄탄하게 버티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커브드 제품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소니의 중국 시장 내 커브드 UHD TV 출시도 이 같은 삼성전자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해당 시장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기관 NPD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해 6000대 수준에 불과했던 커브드 TV 시장의 규모가 오는 2017년 608만9000대 수준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UHD TV 시장을 이끌었고 관련 콘텐츠 능력과 제작장비 등의 저력을 갖춘 소니인 데다 현지에서 인지도가 나쁘지 않아 해볼만 한 게임”이라며 “이번 중국시장에서의 커브드 UHD TV 출시가 다시 한 번 치고 올라 갈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소니가 중국에서 7일(현지시간) 제품 공개후 판매를 시작한 커브드 UHD TV 제품 정보(사진=소니)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