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해외직구 '급증'..시장구도 '흔들'
2014-08-06 17:06:48 2014-08-06 18:02:53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외산폰 무덤'으로 불리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애플을 제외하면 삼성과 LG가 점령한 시장에 변변히 발조차 붙이지 못했던 기존 구도가 아니다. 공고했던 벽은 저렴한 가격에 차별화를 꾀하는 소비자 수요 앞에 구멍이 뚫렸고, 이는 해외 직접구매(구매)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내놓은 '2014 국내외 물류사업 통계집'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특송 수입액은 151억달러로 전년보다 6.5% 늘었다. 해외 직구가 급증하면서 해외 특송 수입물량도 역대 최대치인 1722만건을 기록했다. 가히 '열풍'이다.  
 
◇해외특송 및 전자상거래 수입규모. (자료=대한상의)
 
이처럼 해외 직구가 보편화되면서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요 인터넷 포털에는 '스마트폰 해외 직구 대행 어디가 잘해주나요', '외산폰 종류 상관없이 국내에서 개통되나요', '혼자 외국 사이트에서 스마트폰 사본 분 조언 부탁해요'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외산폰은 찬밥이었다. 이통3사가 틀어쥔 독점적 유통구조상 90% 가까운 휴대폰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판매, 유통되며 외산폰은 이 구조에 적응하기조차 힘들어했다. 마케팅에 보조금 등 국내 이통3사의 요구에 대응하기에는 부담과 한계가 극명했던 탓이다. 이는 곧 삼성과 LG로의 집중화로 이어졌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HTC·모토로라·노키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국내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한 채 홀연히 사라졌다. 2009년에는 애플이 전 세계적 인기를 기반으로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며 삼성전자(005930)·애플·LG전자(066570)·팬택의 4강 구도를 형성했다. 사실상 이 네 곳이 5년 넘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한 셈이다. 
 
편식은 싫증을 낫는 법. 차별화에 대한 요구가 형성됐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모(34세)씨는 "15년 동안 여러 제품을 사용했는데 신제품을 사도 기존에 사용한 것에서 약간 업그레이드된 수준일 뿐 기본 틀은 같았다"며 "이미 사용해 본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구매욕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 혁신이 사라지면서 여러 제품이 스펙상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은 수요의 정체를 낳았다.
 
최근에는 해외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 같은 소비자들의 변화를 감지, 하나둘씩 국내시장에 재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기업 소니는 '엑스페리아Z1'을 출시했다. 기계를 구입한 후 SK텔레콤(017670)KT(030200) 유심을 꽂아서 사용하는 자급제 방식을 도입했다. 대만의 에이서도 KT와 손잡고 25만원대 저가형 스마트폰 'Z150-리퀴드Z5'를 내놨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외산폰에 대한 기대감으로 초기 출시 반응이 좋았다"며 "크지는 않지만 수요가 꾸준히 있다"고 전했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지난달 29일 해외 스마트폰 직구 전문업체인 리퍼비쉬·G마켓과 손잡고 중국 샤오미폰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사진=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 홈페이지)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해외사이트에서 직구를 하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당초 해외 직구는 국내 제품이 해외보다 비싸게 판매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시작됐다.
 
스마트폰은 경우가 다르다. 국내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없어서 이용하게 된다. 또 해외에서 구매할 경우 '24개월 6만5000원 요금제 사용' 등의 약정에서 해방될 수 있고 국내 이통사에서 정식 유통되지 않아 희소성이 있어 각광받고 있다. 
 
해외 직구를 계획 중인 양모(29세)씨는 "평소 전화와 인터넷 검색만 하기 때문에 90만원대 고가의 스마트폰이 필요 없다"며 "중국 제품 기술력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궁금해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물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외산폰 공동구매도 추진되고 있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지난달 29일 해외 스마트폰 직구 전문업체인 리퍼비쉬·G마켓과 함께 중국 샤오미폰 공동구매를 시작했다. 이처럼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것은 단말기 출고가를 합리적인 가격대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지난 4월에는 오픈마켓 인터파크가 블랙베리 등 국내 미출시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유통업체들도 급증하는 외산폰 수요에 주목한 것이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외산폰은 액정 하나만 교체하려고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며 "국내에서 AS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또 배송료와 할부 등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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