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열리는 쌀 시장..남은 쟁점
2014-07-18 13:18:46 2014-07-18 13:22:5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하는 것으로 공식입장을 정한 가운데 관세율 협상과 국내 쌀 산업 보호대책 마련, 추가적인 의견수렴 절차 등에 관련한 쟁점사항이 남아 있어 앞으로 정부의 행동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년 1월1일부터 쌀을 관세화(쌀에 관세를 붙여 수입을 자유롭게 하는 것) 하기로 결정했다. 1995년 이후 20년만에 쌀 시장이 개방된 것.
 
정부는 1990년대부터 국내 쌀 소비량이 연평균 2%씩 줄고 국산쌀 가격과 수입쌀 가격 격차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쌀 관세화를 미루며 50만톤 가까운 수입쌀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국내에 안 먹는 쌀이 남아 국산쌀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는 것.
 
아울러 국내·외 법률전문가의 자문과 외국 사례 등을 검토했을 때 필리핀처럼 관세화 유예의 재연장하는 방안은 쌀 의무수입량을 더 늘려야 하고 언젠가는 다시 관세화 논의를 겪어야 하므로 결국 대안은 쌀 관세화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쌀 시장을 개방하되 수입쌀 가격이 국내쌀 가격보다 높아져 국내 농가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고관세율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서도 쌀을 양허제외할 방침이다.
 
또 쌀 관세화 후 쌀 수입량이 급증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서 정한 특별긴급관세(SSG: Special Safeguard)를 부과해 예상되는 피해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쌀 관세화 입장에 대해 9월 전 국회에 보고하고 9월말까지 쌀 관세화 내용을 담은 수정양허표를 작성해 WTO에 통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쌀 관세화를 결정했어도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 설득해야 할 과제가 남는다.
 
우선 쌀 관세화의 핵심인 관세율 부분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쌀 관세율은 WTO 기준에 따라 산출한다. 우리나라 쌀값에서 국제쌀 가격의 차이를 국제가격으로 나눠 100(%)을 곱하면 관세상당치(TE)가 나오는데, 여기에 우루과이라운드에서 정한 관세 감축률 10%를 빼면 최종 관세율이 도출된다.
 
그간 정부 등은 수입쌀에 400%대의 관세만 물려도 수입쌀이 비싸져 국내 농가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농업계는 최초 1000%의 관세율을 부과했으나 외국의 압력으로 관세를 낮춘 일본을 언급하며 고관세가 애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WTO와의 협상전략 비밀유지를 위해 관세율 공개를 꺼리는 상황. 또  관세율은 WTO 공식에 따라 산출돼 협상을 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주장했으나 농업계는 해외사례를 볼 때 WTO 협상과정에서 관세율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쌀산업발전대책 등에 대해서도 농업계를 설득해야 할 처지다.
 
이동필 농림부 장관은 "안정적인 쌀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농지 효율화와 쌀 소비·수출 촉진, 가공산업 육성 등을 추진하며 농가 소득안정장치 보완, 이모작 확대, 식량자급률의 제고, 전업농 양성, 국내·수입쌀 혼합유통 금지 등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를 비롯한 농업계는 "이미 쌀 시장개방을 선언한 게 농업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탁상공론식 보호대책은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관세화 결정 이후의 절차도 험난한 고비가 예상된다.
 
정부는 9월말까지 WTO에 수정양허표를 제출하기 전 이를 국회에 통보형식으로 보고할 예정이지만 야당은 통상에 대한 국가중대사를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했다며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쌀 시장개방과 관련해 정부의 독주가 문제"라며 "여·야와 정부, 농업계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협의체가 아니라도 이미 정부는 전문가와 농업계가 참여한 '쌀 산업 발전포럼'이라는 의견수렴 창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또 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고 이러면 앞으로 해야 할 큰일을 제때에 못 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아울러 농업계는 "WTO 관세화 유예는 올해말 끝나는데 우리가 9월까지 WTO에 시장개방 여부를 알려줄 의무는 WTO 규정은 물론 국제적으도 관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는 국내·외 법률자문가의 의견을 검토해 일정을 계획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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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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