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재건축 사업은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는데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네요. 앞에 3단지가 재건축 이주에 임박해 사람들이 떠나고 있는데 여기 전세금 빼가지고 서울에서 딱히 갈데가 없어요. 집이 낡기는 했지만 정도 들고, 강남 시설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는데…"
개포주공1단지에 전세로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37·남)씨의 하소연이다.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재건축 시일이 다가오며 해당 아파트의 세입자들의 걱정이 쌓이고 있다.
재건축 공사가 시작되기 전 세입자들은 집을 빼고 새로운 전셋집으로 떠나야한다. 하지만 낡디 낡은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전셋값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 전셋집은 인근에 없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9.5㎡의 전셋값은 9000만원이다. 안방과 작은방, 작은 거실 겸 주방이 있다. 인근에 4단지 전용 42.5㎡는 9200만원이며, 시영아파트 40.5㎡는 7000만원이다.
개포주공1단지 1982년 입주한 아파트다. 아파트 곳곳에서 내·외벽 균열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돌 낡았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으로 언제 이사를 가야할지 알 수 없어 전세금이 저렴하다. 강남일대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상황은 개포주공과 대체로 비슷하다.
하지만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전세금으로는 인근의 전셋집은 커녕 수도권 아파트 전세도 구하기 쉽지 않다.
강남구 3.3㎡당 평균 전셋값은 1422만원이다. 개포주공1단지 49.5㎡의 3.3㎡당 전셋값은 6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 3.3㎡당 평균 전셋값 97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에서 평균 전셋값이 가장 낮은 곳은 노원구로, 3.3㎡당 656만원이다. 장거리 이사가 불가피하다.
김 씨는 "직장이 테헤란로에 있어 가까운 곳에 살고 싶지만 원룸 오피스텔도 이돈으로 구하기 쉽지 않다"며 "옆집 아주머니도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이곳에 살고 싶어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언제 가속도를 낼지 알 수 없어 내심 불안한 모습이다"고 전했다.
◇개포주공1단지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강남구에서는 개포1~4단지, 대치국제, 상아3차, 개나리 4차 등 1만1764가구가 재건축 사업에 따른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강남3구의 다른 축인 서초구와 송파구의 재건축 이주수요도 각각 4256가구, 7155가구에 달한다.
때문에 강남에서 밀려난 세입자가 서울과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 일대 전세시장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강남 내 이동은 어려워 강남 전세시장은 큰 영향력은 없을 것이란 것이다.
ㄱ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으로 인해 속도가 느린 다른 재건축 아파트의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겠지만 강남 전체 전세시장을 흔들 정도의 힘은 없을 것"이라며 "강남과 비교적 가까운 성남이나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 그곳 전세시장을 흔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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