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은행 전산시스템(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올해 초부터 한국IBM 대표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건호 행장은 지난 1월7일경 은행장 집무실에서 셜리 위 추이 한국IBM대표를 만났다. 이는 지난 4월 한국IBM 대표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때보다 3개월 가량 앞선 시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과 IBM 사장과의 만남은 지난 1월 카드 사태가 터지던 달"이라며 "이 때부터 한국IBM은 자사의 메인프레임으로 계속 써달라고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알려진대로 국민은행 이사진과 경영진간 주전산기 교체 갈등의 발단이 지난 4월 한국IBM대표가 이 행장에게 보낸 메일이라는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지난 4월14일 셜리 위 추이 한국IBM대표는 자사의 메인프레임 시스템 가격을 지난해 제안가보다 낮추겠으니 앞으로 계속 메인프레임을 써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이 행장에게 보낸 바 있다.
적어도 올해 초부터는 메인프레임 재사용 요청이 이 행장에게 전달된 것. 여기에 이 행장과 한국IBM대표가 만난 1월은 국민은행이 기존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진행하던 때다.
이때 지난해 메인프레임 재협상에서 탈락한 한국IBM도 타사와 함께 자사 유닉스 시스템을 갖고 BMT에 참여했다. IBM은 유닉스 전환 BMT에 참여하면서도 자사의 메인프레임을 써달라고 꾸준히 접촉해 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IBM대표가 보낸 메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4월14일 셜리 위 추이 대표가 보낸 메일을 이건호 행장이 수신한 시간은 오후 2시40분경. 이날 4차 주전산기 기종 결정기구(SC)가 열리기 2시간 전이었다. 공교롭게도 최종 결정의 날 이메일 제안서가 들어온 것.
이어 이 행장은 메일을 받은지 10여분만에 지주사와 은행 관계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검토해달라고 전달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날 그 시간에 메일이 들어올 것을 미리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IBM과 이건호 행장 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IBM측이 국민은행 내 의사결정 일정을 미리 알지 않고서는 이러한 일련의 접촉이 불가능하다는 의혹 때문이다. 당장은 국민은행 정보보호본부장(CISO)인 김종현 상무가 거론된다. 김 상무는 한국IBM 상무 출신으로 지난해 8월 선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은행과의 재협상에서 탈락한 IBM이 은행 결정에 불복하고 메인프레임을 끝까지 고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IBM의 주장에 은행 경영진이나 금융당국이 동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은행 이사회는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IBM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 의뢰 신고서를 접수했다. 신고서에서 국민은행은 한국IBM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 부당한 거래 거절 등 그동안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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