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지만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에 대한 개편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24일 국정원장을 포함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오히려 여야 간 공방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25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인사청문요청안 접수 사실을 언급하며 "총리 후보의 자진사퇴 책임도 국회에 떠넘기더니 아직 남아있는 문제인사들도 국회로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차떼기 스캔들', '논문 표절 의혹' 등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문제적 요소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까지 국회가 논문을 표절한 인사를 교육부 장관에 추인하도록 한 적이 없다. 이 최소한의 기준을 박 대통령이 깰 수는 없다"며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은 국회법에 따라 국민이 부여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고,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의 기준에서 철저하고 엄정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각 후보자들에 대한 날선 검증을 예고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여야 간 기싸움은 대변인단에서도 이어졌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 등 그간 시민사회와 종교계, 학계, 그리고 야당이 강력하게 지명 철회를 요구한 후보자들까지도 그대로 (인사청문요청안 명단에) 포함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열고 "인사청문회는 법 절차이며 국무위원 후보자가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전문성은 갖추고 있는지 등을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검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라며 "이런 절차를 무시하고 여론재판식 인신공격을 계속한다면 대의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함진규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문창극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인사청문회라는 국회의 권한이자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 해 통렬히 반성한다"면서도 "야당 또한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검증해 국민들의 판단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론몰이에 앞장서며 청문 절차를 무력화 시켰다는 점을 성찰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유 원내대변인은 다시 정론관을 찾아 "대통령의 인사는 잘못된 게 없고 국정 공백의 원인은 야당 때문이라는 인식은 시종일관 남의 탓으로 사퇴하는 순간까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문창극 씨와 다를 바 없다"고 맞대응했다.
◇ 지난 3월 24일 국회에서 실시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사진=한고은 기자)
확인 결과 여야는 아직 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 관련 협의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청문회에 참여하는 해당 상임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검증작업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치도록 돼 있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내달 중순까지는 2기 내각의 면면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무위원은 총리와 달리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자가 중도 낙마하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 지명과 낙마 과정을 계기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과 국회 인사청문회 자체에 대한 논쟁까지 불이 붙은 모습이다.
이에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도 고위공직자 검증 항목이 굉장히 많지만 미국하고 다른 것은 우리는 체크만 하게 돼 있고 거기는 다 쓰게 돼있고 FBI 등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조사를 한다"며 사전검증 시스템의 강화를 강조했다.
당사자의 사퇴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진위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관련 논란에서도 일반 여론에서는 "어떻게 검증했길래 이런 사람을 뽑을 수 있냐"는 의견이 비등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제도가 얼마 안 됐고 과거 발전 시대에 살다보니 너무 엄격한 잣대로 하면 살아남을 고위공직자가 없을 수도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식으로 가겠지만 (과도기적인 측면을) 타개하기 위해 (본 청문회 전에)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여야 협의체 등을 마련할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을 고려해 (여야가 함께 하는 사전검증 단계에서 소명되면) 본 청문회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신사협정 비슷한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정쟁으로 흐르기 쉬운 현 인사청문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후보자 본인의 병역', '자녀 병역', '부동산 투기', '재산형성 과정' 등을 청문회 낙마의 주요 사유로 꼽으며 "논문 표절 의혹의 경우 (연구 현실을 고려해) 너무 기계적으로 볼 필요는 없고 다만 권력관계에 의한 것인지 따져보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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