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현재 네이버는 창업 이래 가장 좋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실적만 하더라도 포털 후위업체들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전세계 가입자 4억3000만명을 돌파함으로써 글로벌 인터넷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오랜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
헌데 '천하의
NAVER(035420)'가 무서워하는 게 있다면? 바로 구글이다. 혹자는 “아무리 구글의 사업기반이 넓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해외에 한정됐을 뿐 이미 국내에서는 승부가 결정났다”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 경영진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여러 번 회사를 위협했으며 앞으로 대립각을 세울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선긋기’를 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우선 검색결과에서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 정보를 막은 반면 자사 앱마켓인 네이버 앱스토어의 콘텐츠는 그대로 노출시켰다. 회사측은 "외부정보의 경우 업데이트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어떻게 보면 ‘차별행위’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대내외적으로 “미국·중국계 인터넷기업이 꾸준히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가운데 내수시장을 고스란히 삼킬 수 있다”는 주장과 “인터넷규제가 국내 회사들에게만 적용됨으로써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사실 네이버의 ‘구글 공포증’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네이버가 느꼈던 첫 번째 위협은 구글이 2006년 한국법인을 세웠을 때다. 네이버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등에 업은 구글에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내부적으로 팽배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네이버가 구글에 갖는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다. 이해진 의장이 구글 본사에서 위성사진서비스 ‘구글어스’를 처음 봤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아 “어떻게 이들과 경쟁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다행히 안방을 지키는 데 성공했으나 공포증은 지속됐다. 둘은 온라인광고를 비롯한 모든 사업영역에서 끊임없이 충돌했고 가장 최근에는 모바일 유통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시장조사기관 IDC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구글 OS(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3%, 전세계 점유율은 78%에 이른다. 만약 구글이 특정 모바일 콘텐츠에 대해 견제를 한다면 해당 사업자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실제 “오픈마켓 외부에서 어플이 설치되는 경우 여러 가지 제한을 두고 있으며 자사 서비스를 선탑재함으로써 불공정경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즉 네이버로서는 국내외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잠재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다. 김상헌 대표는 한 공식석상에서 “아무리 라인이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구글이 막아버리면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정부와 업계로부터 독과점 기업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는 네이버를 더욱 외롭게 하는 부분이다.
이해진 의장은 현 상황을 “적군이 철갑선 300척이면 우리는 목선 10척에 없다”는 말로 설명하곤 한다. 모든 것이 불리하다는 이야기다.
한 벤처투자자 대표는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네이버 경영진 입장에서는 시시각각 얼음판을 걷고 있다”이라며 “글로벌 시장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당장 회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늘 회사 안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분당 네이버 사옥 (사진제공=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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