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전세계 제조업 경기가 일제히 회복의 신호를 전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3개월만의 최고치에 올랐고 중국도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르며 성장 둔화 우려를 완화시켰다.
유로존 역시 전달보다 소폭 밀려나는 모습을 나타냈으나 11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가르키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제의 앞날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 개선이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인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지 여부에도 관심이 높다.
◇中·美·유로존, 제조업 '청신호'
긍정적인 제조업 지표 소식은 가장 먼저 중국에서 들려왔다.
지난 22일(현지시간) HSBC는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 50 이하에 여전히 머물렀지만 사전 전망치 48.3과 이전치 48.1을 모두 상회했다. 작년 12월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하위 항목별로는 생산 지수가 47.9에서 50.3으로 대폭 오르며 4개월만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고 신규 수출주문지수도 52.7로 3년만의 최고점에 달했다.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도 비교적 양호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마르키트가 공개한 유로존의 5월 제조업 PMI는 52.5를 나타냈다. 사전 전망치 53.2와 이전치 53.4보다는 둔화됐지만 11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미국은 뚜렷한 회복 추세를 나타냈다. 올 초의 한파의 영향에서 완벽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마르키트의 5월 제조업 PMI는 56.2로 전달의 55.4와 사전 전망치 55.5를 모두 웃돌았다. 3개월만의 최고치다.
생산 지수가 55.2에서 59.6으로 4.4포인트나 급등하며 201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中 '미니부양책'이 반등 이끌어..유로존 수출 둔화는 '우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대체로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는 결과는 비슷했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중국의 경우 지난 4월 발표된 정부의 미니부양책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미니부양책으로 기업의 투자 심리 안정을 이끄는 동시에 사회간접자본(SOC) 개발로 고정투자 증가율 둔화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쉬가오 에버브라이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니부양책에 민감한 일부 산업에서부터 성장 전략의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취홍빈 HSBC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최근의 미니부양책과 함께 낮은 차입 비용등이 일시적인 안정을 유도했다"고 언급했다.
유럽은 내수 경기는 전반적으로 양호했지만 수출 경기 둔화 압력이 높아지며 경기 확장세가 주춤한 것으로 풀이됐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아직 취약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출 사이클의 둔화 압력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크리스티안 슐츠 베렌버그뱅크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점이 경제에 바로 반영이 됐다"면서 "유로존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부양책에 대한 고민이 깊어짐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유럽 경제가 안정과 위기를 동시에 품었다면 미국 경제는 확실한 회복의 신호를 보냈다. 하위 항목 대부분이 기준선 50을 상회하며 제조업 활동이 양호함을 뒷받침 한 것이다.
피터 카르딜로 록웰글로벌캐피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제조업은 확실한 확장 추세에 올라탔다"며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져 향후 전망에도 좋은 신호를 준다"고 전했다.
◇과도한 낙관은 금물..성장 장애물 '곳곳'
제조업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글로벌 경제의 동반 회복이 나타날 수 있을 지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제조업이 살아나 일자리 창출 등 고용 시장 개선이 수반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서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봤다. 각국이 직면한 장애물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의 미시적 조정 정책의 효과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선행성이 높은 신규 주문과 신규 수출의 개선으로 6~7월에도 생산과 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시정책 효과로 대규모 재정투자나 지급준비율 인하와 같은 거시적 정책 가능성은 낮아졌다고도 입을 모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뉴노멀 발언,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의 안정적 통화정책 운용 강조 등 지도부가 단기부양책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취홍빈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하방 압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시장의 냉각 등이 나타난다면 또 다른 부양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쉬가오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달의 지표로 중국 경제의 반등이 시작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로존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디플레이션 우려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이 수 개월째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성장률 둔화와 맞물려 추가 부양의 필요성을 부채질한다.
실제로 다음달 5일 열리는 ECB 정책회의에서 드라기 총재가 행동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부양책 사용 시기를 놓칠 경우 디플레 리스크가 내수 회복을 훼손할 수 있고 경기 회복세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틴 반 블리엣 ING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고 회복도 고르지 않다"며 "모든 상황은 ECB의 추가 부양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가장 좋은 미국도 실물 경제 회복이 고용 시장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고민이다.
실제로 이달의 PMI에서 고용 지수 항목은 53.7에서 53.5로 소폭 밀려났다. 같은날 공개된 노동부의 주간 신규 실업 청구건수는 32만6000건으로 예상치 31만건을 크게 상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용 지수는 후행적 성격이 짙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 뿐"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고용 시장도 완만하게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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