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재'에서 '4부 리거'..심영성 "축구 정말 간절해"
2014-05-22 08:02:32 2014-05-22 08:06:4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챌린저스리그(4부리그) 소속의 포천시민축구단이 프로팀인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시티즌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때 대한민국 차세대 공격수로 평가받던 심영성(27·포천)은 이변의 한가운데 서서 팬들의 추억을 불러왔다.
 
◇K리그 제주유나이티드 시절의 심영성. (사진제공=제주유나이티드)

포천은 21일 저녁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대한축구협회)컵 32강전 대전과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포천은 프로팀을 꺾고 FA컵 16강에 진출한 최초의 챌린저스리그 팀이 됐다.
 
결승골은 심영성의 발끝에서 터졌다. 그는 후반 3분 1-1 동점 상황에서 팀 동료 전재희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갈랐다.
 
경기 직후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심영성이 내가 아는 그 심영성이 맞느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축구천재의 4부리그 활동 배경과 함께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뉴스토마토>는 경기를 마치고 대전에서 포천으로 이동하고 있는 심영성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자정이 다돼 가는 시간임에도 그의 목소리는 또랑또랑 밝았다.
 
심영성은 "대전과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고자 하는 의지가 다른 때보다 좋았다. 정말 쉽게 지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지금까지 포천 와서 뛴 경기 중에 제일 열심히 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영성은 2006년 19세 이하(U-19) 아시아 청소년선수권 대회에서 5골을 터뜨려 득점왕을 차지했다. 2007년에는 캐나다 20세 이하(U-20) 청소년월드컵 대표를 지냈다.

당시 브라질과 조별리그에서 심영성은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브라질에 아쉽게 2-3으로 졌지만 심영성과 신영록 콤비가 경기 막판 골을 터뜨리는 등 거센 추격전을 펼쳐 박수를 받았다.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의 이청용(볼튼)과 기성용(선덜랜드)이 당시 심영성과 함께 뛰었다. 공격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심영성은 이들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K리그에 데뷔해서도 심영성은 꾸준히 골을 터뜨렸다. 한국을 이끌 공격수로 성장하는 듯했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러시아 구단에서 데려가려 한다는 소리도 돌았다.
 
하지만 2010년 1월 심영성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른쪽 무릎이 산산 조각났다. 다시는 축구를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겨운 수술과 재활이 반복됐다. 그러던 도중 그해 8월에 폐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시련이 한 번에 닥쳤다.
 
마음을 다잡지 못하던 심영성은 지난 2012년 12월27일 훈련소에 입소했다. 무릎 때문에 4급 공익 근무요원 판정을 받고 포천에서 공익근무와 축구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한창나이에 쑥쑥 성장하는 동료들을 멀리서 그렇게 바라봤다. 아픈 무릎을 매만지며 부활을 다짐했지만 야속한 시간은 차츰 그를 여론의 관심에서 밀어냈다.
 
하지만 심영성은 씩씩했다. 그는 "축구가 정말 간절해졌다"며 부활을 다짐했다. 지금은 K리그 무대에 복귀해 팬들 앞에 당당히 서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다음은 심영성과 <뉴스토마토>의 일문일답.
 
-축하한다. FA컵 이변의 첫 주인공이 됐다. 몸 상태가 제일 걱정되는데.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부상당했던 무릎도 괜찮아지고 있다. 다만 오늘 경기를 뛰어보니까 챌린저스리그와 프로리그 사이에 수준차가 있다는 걸 느꼈다. 다소 체력적으로 힘든 감이 있다. 경기 마지막에는 쥐가 조금 났다.
 
-골 소식에 누가 제일 먼저 축하해줬나.

▲가족들이 제일 먼저 축하해줬다. 작년에 결혼했다. 집사람이 제일 먼저 기뻐했다. 경기장에 장인 장모님이 오셨는데 골까지 넣어서 뿌듯해 하셨을 것이다.
 
-예전에 같이 대표팀 생활을 하던 선수들과는 연락 자주 하나.

▲그때 뛰었던 선수 중 연락이 되는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아무래도 해외에 있는 선수들은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가슴 아픈 사고와 안 좋은 일까지 겹쳤다. 축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축구가 정말 간절해졌다. 쉬고 있는 동안 너무 많은 선수들이 성장했다. 저와 비슷한 위치에 있던 선수들은 저보다 위로 올라갔다. 저보다 조금 낮게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도 이제는 저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내가 모든 선수들에게 도전자 입장이다. 축구가 정말 하고 싶은 상태다. 지금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소집해제는 언제인가. K리그 복귀도 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공익 근무로 포천에 있는 상태다. 돌아오는 12월 26날이 소집해제다. 이후 거취는 확실치 않다. 아마 전 소속팀이었던 제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근데 우선 그런 것들은 구단에서 결정할 문제다. 저로서는 제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까지 부디 아프지 마라. FA컵에 임하는 자세와 심영성 선수의 부활을 바라는 팬들께도 한마디 해 달라.

▲어디서 축구를 하든 오늘 같은 정신력이면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FA컵) 16강에 올랐는데 저희가 도전자라 생각한다. 도전자가 챔피언을 이기려면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정신력으로 앞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쉽게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팬들에겐 정말 감사하다. 이제 다치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포천시민축구단에서 뛰며 K리그 복귀를 꿈꾸고 있는 심영성. (사진제공=심영성)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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