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전자공시스템 관리감독 '방치'
2014-05-21 19:37:41 2014-05-21 19:41:58
[뉴스토마토 김병윤기자] 상장사들이 제출하는 공시내용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기관은 잘못된 공시 내용이 수개월째 버젓이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개되고 있는데도 인력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아이이엠티(052900)는 지난 3월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부채비율을 9.67%로 기재했다. 하지만 부채총계가 자본총계의 10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967%가 돼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당시부터 부채비율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다른 내용으로 정정공시를 하면서도 여전히 부채비율은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이 의도적으로 부채비율을 잘못 기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말 부채비율이 130%에서 1년만에 7배 가량 급증하면서 재무상태가 크게 부실해졌다는 점은 이같은 해석을 낳고 있다.
 
공시를 담당하는 관계기관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외면하거나 떠넘기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가 금감원과 똑같이 기업들로부터 사업보고서 내용을 받고 있지만 사업보고서 내용에 대한 정정 요구는 금감원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 측도 비아이이엠티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고 업체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업체 담당자가 일차적으로 확인을 하고 공시가 된다"며 "정밀하게 검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인은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비아이이엠티의 잘못된 공시내용이 수개월 째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뒤늦게 해당 업체에 정정공시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1800여개에 달하는 상장사의 사업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속점검이라고 해서 제출된 사업 보고서를 검토하지만 모든 상장사들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없고 비율 하나 하나에 신경쓰기도 힘들다"고 해명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당 담당 업체 수가 40~50여개나 되기 때문에 모두 다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장사가 잘못된 공시를 하더라도 마땅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잘못된 공시가 단순 계산 착오인지 의도된 것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단순 계산 착오로 판단해 정정공시 요구만 하고 있을 뿐이다.
 
또 정정공시는 횟수에 제한이 없는데다 정정공시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불성실 공시 지정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도 당국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돼야 하기 때문에 제재가 쉽지 않다.
 
이처럼 공시업무에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부실한 공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정보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투자자가 사업보고서 내용 중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은 숫자"라며 "그런 부분에 대한 검토는 확실하게 해야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금감원과 거래소"라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공시게시판을 운영하면서 내용을 다 들여다 볼 수 없다면 그 게시판은 왜 만들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2번 정정공시를 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부채비율(화면=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화면 캡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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