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의 울산기지.(출처=SK가스)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판과 부탄 도입 단가는 인상된 데 반해 판매가격은 동결한 영향이 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가스(018670)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929억원, 14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매출액은 4.9%, 영업이익은 무려 54% 급감했다.
E1(017940)의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887억원, 16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 29% 줄었다.
SK가스와 E1이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거둔 주된 요인은 원료 도입 단가의 인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LPG 수입업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정하는 국제 LPG 가격(CP·Contract Price)을 바탕으로 수입가격과 환율·세금·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CP가격이다. 문제는 CP가격이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반면 제품 판매가격은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 원료를 들여오는 수입단가는 높은데 판매가격은 정체되다 보니 자연스레 수익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프로판과 부탄의 CP가격은 지난해 8월 톤당 각각 820달러를 기록했으나 연말에는 각각 1110달러, 1225달러로 2012년 3월 이후 최고점을 찍으며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불과 다섯 달 만에 프로판과 부탄 도입 가격이 각각 35%, 49%나 급등한 것. 올해 들어서는 그나마 가격 상승세가 진정돼 프로판과 부탄의 1분기 평균 가격은 각각 945달러, 953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꽁꽁 묶여 있는 상황이다. 올 1분기 프로판과 부탄의 kg당 공급가격은 각각 1383원, 1769원을 유지했다. 올 들어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각각 99원 인상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 간 가격을 동결한 터라 수익성 회복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의 토로다.
그렇다고 가격 인상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공급가격 결정권은 시장논리에 따라 각 사에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LPG가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탓에 수익 방어 차원에서 공급가를 섣불리 올렸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물가 인상을 주도했다는 낙인은 수익 개선보다 무섭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올 1월 공급가격을 한차례 인상하기는 했지만, CP가격 상승 폭을 모두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서민 물가와 밀접하게 연관되다 보니 공급가 인상에 나서는 것도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설상가상으로 LPG 수요 감소도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SK가스가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LPG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0%(2000톤) 감소했다.
열량범위제 시행으로 열조·도시가스용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74.6% 급감했고, 수송용 수요도 LPG 자동차 등록대수의 증가 둔화세와 연비 개선에 따른 사용량 감소로 지난해 1분기보다 6.6% 감소했다. 이밖에 가정용과 석유화학용 LPG도 각각 7.8%, 9.7%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수요 감소와 정부의 간접적 가격통제 압박 등 이중고에 직면하자 LPG업체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강구하며 수익성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SK가스는 LPG에서 프로필렌 제조와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나선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에서 LPG 수입터미널 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처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E1은 해외 트레이딩 사업을 강화해 내수 부진을 상쇄하는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LPG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력사업 외 부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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