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적반하장 이혼소송..연거푸 패소
2014-05-18 06:00:00 2014-05-18 06: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A씨(57)의 남편 B씨(64)는 경찰관이었다. 신혼 때부터 술마시는 날이 잦았고, 집에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A씨는 하는 일이 거치니 그러려니 하고 참았다. 
 
그러나 날이 갈 수록 정도가 심해지더니 급기야 남편은 폭언과 함께 A씨에게 손을 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이 때문에 다투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A씨는 어린 두 딸을 보며 꾹 참았다. 그렇게 지난 세월이 30여년이었다.
 
 
남편은 정년퇴직 후 새 일을 시작하면서 술을 먹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다투는 횟수도 늘었고, 서로를 향한 갈등의 골은 깊어갔다. 그럴수록 남편의 폭언과 폭행은 정도가 심해졌다.
 
 
어느 날에는 술에 취한 남편이 A씨의 목을 움켜잡고 얼굴을 때렸다. A씨는 남편을 피해 도망나와 여성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보호센터에 숨었다.
 
그러나 2주 후 A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이 주사가 심해 그런 것이고, 모두가 팔자려니 했다. 더욱이 30여년간 지켜온 가정을 이제와서 깰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집에 돌아온 아내를 또 때렸다. 흉기까지 들고 A씨를 위협했다. 참다못한 A씨는 이튿날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 남편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자 남편은 화를 내며 집을 나가버렸다.
 
 
A씨는 남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집에 돌아오라고 했으나 남편은 완강했다. 돈이 떨어지면 들어올까 싶어 남편의 통장을 집으로 가져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남편의 폭언이었다.
 
 
이 일이 있은 뒤 A씨는 남편을 더 헌신적으로 설득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수차례 빚어졌다. 몸싸움을 하는 둘을 말리려고 경찰관이 출동하기도 했고, 부부가 함께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편은 A씨를 비웃듯이 이혼소송을 냈다.
 
 
남편은 법정에서 결혼생활 동안 아내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보호센터에서 돌아와 크게 다툰 날도 A씨가 "당장 이혼할테니 집에서 나가라"며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주일 뒤 집을 나간 것도 A씨 탓을 햇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이혼을 원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파탄 직전의 혼인관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남편의 이혼 등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A씨는 남편을 달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 명의 부동산을 나눠갖자고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남편은 A씨와의 혼인관계는 완전히 파탄났고 A가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한 것도 결국 자신에게 보복하기 위해 그런 것이라며 항소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김용석)는 남편이 A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둘 사이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고 아내에게 폭행을 행사한 남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내의 책임으로 둘의 혼인관계가 파탄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내가 남편에게 귀가를 권유하며 다소 충돌이 있었으나, 이는 혼인관계를 위태롭게 한 원인을 제공한 남편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가 혼인관계 회복을 바라는 점과 자신 명의 부동산을 공동소유로 이전하려고 하는 점 등을 보면 남편에게 보복하고자 이혼을 피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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