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A씨는 남편과 다투는 날이 잦았다. 10분 거리에 사는 시아버지가 신혼댁을 무시로 드나든 게 발단이었다. 벌써 3년째였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A씨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A씨는 남편에게 현관문 출입 비밀번호를 바꾸자고 했다. 그러나 남편은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부모님이 얼마나 서운해할지 알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남편에 대한 A씨의 원망은 커져갔다.
A씨는 부모님만 생각하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남편이 미웠다. 그래서 이번엔 이사를 가자고 했다. 시댁과 거리가 멀어지면 시아버지가 집에 오는 횟수도 자연히 줄 것 같았다.
시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달이 났다. A씨는 시아버지에게서 '내가 멍청해서 너희집을 무단으로 들어가 피해를 줬다. 너희한테 맹세코 가지 않을 테니 염려 마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시아버지는 '비밀번호를 바꾼 며느리는 보고 싶지 않다'고 까지 했다.
시댁과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졌고, A씨의 정신적 고통도 그만큼 커졌다. 이 와중에도 남편은 자신의 부모에게 사과할 것만 강요했다. 견디지 못한 A씨는 자살까지 기도했다. 결국 둘은 별거를 시작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이수영)는 A씨 부부가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로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이고, 혼인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혼의 책임을 쌍방으로 인정하고, 양측이 서로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이사를 재촉하는 등 문제 해결을 회피해 갈등을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편에 대해 "부인의 고민에 동감하고 배려하거나, 시부모 사이의 관계를 슬기롭게 조율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입장만 주장하며 부인을 비난해 갈등을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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