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대기업 안전사고 중 사망자는 모두 협력사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산업 현장에서 위험한 작업은 대부분 협력사 근로자 몫인 경우가 많고, 무리한 공기단축과 저가입찰 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등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의 인식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12일 <뉴스토마토>가 지난해부터 이달 11일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대기업 안전사고 사상자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는 모두 협력사 직원으로 조사됐다. 부상자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협력사 직원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산업현장 사망사고 현장에는 '협력사 근로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과 5월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로 협력사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7월에는 암모니아 누출로 협력사 근로자 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올해 3월에는 수원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협력업체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는 지난해 5월 전로제강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협력사 근로자 5명이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사망했으며, 11월에는 당진제철소 내 그린파워발전소에서 가스가 누출돼 협력사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현대그린파워와 시공사인 대우건설 직원 등 8명이 다쳤다.
12월에는 철근제강공장 지붕 위에서 안전점검 하던 협력사 근로자 1명이 추락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올 1월에는 슬래그 야적장 점검 작업 중이던 협력사 근로자 1명이 냉각수 웅덩이에 빠져 화상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터졌다.
대림산업에서는 지난해 3월 공장 사일로 보수작업 중 폭발사고로 협력사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지난해 12월 파이넥스 공사 현장에서 포스코건설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질식사했고, 지난 10일에는 2고로 안에서 가스밸브를 교체하는 작업 도중 폭발로 협력사 근로자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잠잠하던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올 들어 인명사고가 줄지었다.
3월 현대삼호중공업 철판 깔림 사고로 협력사 근로자 1명이 숨진 것을 시작으로, 족장작업 중 추락으로 1명 사망, 현대중공업 족장거치대 붕괴로 인한 추락으로 1명 사망 및 2명 부상 등 3월에만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어 4월 현대미포조선 추락사고로 1명 사망, 현대중공업 LPG화물창 화재로 2명 사망 및 2명 부상, 현대중공업 특수선 건조현장 샌딩작업 중 추락사고로 1명 사망, 현대중공업 트랜스포트 신호작업 중 바다 추락사고로 1명 사망 등 올 들어 총 8명의 협력사 근로자가 숨졌다.
이외에도 ▲올 2월 빙그레 남양주 공장 암모니아 유출 사고로 협력사 근로자 1명 사망, 직원 등 3명 부상 ▲올 4월 금호타이어 차량사고로 협력사 근로자 1명 사망 ▲올 4월 삼성SDS 과천데이터센터 화재로 협력사 근로자 1명 부상 ▲올 5월 SK케미칼 울산공장 질식사고로 협력사 근로자 3명 부상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비용절감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의 인식 개선 시급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경영에 있어 비용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다단계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 등이 사고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해당 업종과 기업에 따라 사안이 달라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공사시간 단축과 재하청 등 비용절감을 위해 위험한 작업을 협력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위험한 작업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들은 시설 등 작업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지만 협력사 근로자들은 그런 요구가 거의 없다”며 “하청업체에서도 다시 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청이 진행되면서 위험한 작업은 결국 일용직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또 “협력사 근로자들의 경우 시간에 쫓겨 작업 전 근무환경이나 주의사항 등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며 “원청업체의 비용절감과 공기단축 등이 협력사 근로자들의 안전사고를 유발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원청업체의 안전사고 책임 강화 방안도 마련돼야
이와 함께 원청업체의 안전사고 책임 강화 방안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당했을 경우 작업을 발주한 원청업체는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유독 화학 물질을 다루거나 위험한 작업은 협력사에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청업체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한 것.
또 위험한 작업 전에는 반드시 관련 작업의 위험성 등을 사전에 인지시켜야 하지만 대부분 하청업체들은 작업장이 하청업체 소유도 아니고 근로자들 대부분이 한 달 내지는 두 달 단위로 계약하는 단기 계약직이 많아 이 같은 과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원청업체들은 직접 협력사 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을 강화하거나 안전수칙 준수를 강요할 경우 불법파견, 위장도급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결국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모두 작업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난해 잦은 안전사고로 정부가 원청업체에 대한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헤 정부는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원청업체가 하도급 사업장에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장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반드시 원청 업체 소속이어야 하고,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해야 하는 대상 사업자도 업종에 관계없이 10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가 일하는 모든 사업자로 확대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에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알려야 하는 안전관련 정보에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 외에 화학물질을 제조, 사용하는 저장탱크 정보를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국내 대기업 안전사고 현황(2013~2014.5.1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