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차가 수입차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 방어진지 구축에 나섰다. 수입차의 전방위적 공세에 그들의 심장부를 정조준, 더 이상 안방을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다.
현대차는 9일 '수입차 거리'로 불리는 강남 도산대로 한복판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전격 오픈했다. 이곳은 독일 프리미엄 3사(BMW·아우디·벤츠)는 물론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개화시킨 폭스바겐, 푸조, 닛산 등 거의 모든 수입차 브랜드가 총집결해 있다.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공략하기에 도산대로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수입차 '메카'인 이곳에 단순 차량 전시장이 아닌, 브랜드 가치가 담긴 예술작품, 현대차만의 콘텐츠, 자동차 전문 도서관 등을 접목한 브랜드 체험관을 통해 새로운 '소통공간'을 만들었다.
◇9일 서울 강남의 도산대로 일대 수입차 전시장. 강남 을지병원 사거리부터 청담 사거리까지 도산대로 약 3km 구간에 총 15개 가량의 수입차 전시장이 밀집해 있다.(사진=이충희기자)
오픈 첫날인 이날 오전 10시 현대모터스튜디오. 문을 연 지 1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이었지만, 곳곳에서 구경온 사람들로 스튜디오 안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단독 5층 건물을 통째로 단장한 이곳에는 다양한 예술작품과 현대차의 콘셉트카 등 볼거리로 넘쳤다. 1층에는 바람개비처럼 움직이는 조형물과 대형 스크린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3층부터 5층까지 이어지는 갤러리에는 9대의 제네시스를 공중에 하단부가 보이도록 매달아 놨다. 에쿠스와 제네시스, 쏘나타, 싼타페 등 현대차의 간판모델들이 즐비어 진열돼 있었다. 이밖에도 자동차 전문 도서관과 키즈 라운지 등을 마련해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구경할 거리를 만들어 냈다.
수입차 거리를 찾았다가 이곳을 방문한 이찬(28)씨는 "수입차들을 보러 왔다가 이곳의 외관이 특이해 들러봤다"며 "와 보니 수입차 전시장보다 더 구경할 거리도 많고 좋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5층에서 방문 고객들을 응대하는 김한울 구루(인도어로 '마스터'라는 뜻)는 "인근에 있는 수입차 전시장은 차량 구입이 아니면 방문할 때 부담이 되지만, 이곳은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구경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구루들이 층마다 위치해 원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의 내부. 다양한 조형물과 문화를 곁들여 차량 구입은 물론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을 컨셉으로 만들었다.(사진=이충희기자)
정명채 현대차 브랜드전략 실장은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자동차 문화를 끈임없이 혁신하고 실험하는 공간으로서, 현대차가 추구하는 브랜드 방향을 고객들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공간"이라며 "오는 8월 모스크바에서 해외 첫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개장하고 내년에는 중국과 국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국내에서 등록된 수입차는 총 6만11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6% 폭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22만6609대를 내수에서 판매하며 점유율 방어에 힘쓰고 있지만, 수입차들의 폭풍적인 질주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적진 깊숙히 침투한 현대차의 '트로이 목마'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 관심이다. 전쟁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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