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협회, 지원군 최태원 회장 부재에 '속앓이'
7일 대의원회 개최, SK에 계속적인 지원 요청..SK "논의 진행 중"
2014-05-09 07:00:00 2014-05-09 09:03:05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백으로 대한핸드볼협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 회장의 공석으로 차기 협회장 선출은 물론 내년도 예산 마련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9일 대한핸드볼협회와 재계에 따르면, 핸드볼협회는 지난 7일 임시 대의원 간담회를 열고 SK그룹에 계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는 각 시도 핸드볼협회장 등 핸드볼을 이끌고 있는 주요 임원들이 참석했다. SK그룹에서는 최 회장의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한정규 부회장(SK텔레콤 부사장)이 자리에 나왔다.
 
대의원들은 간담회에서 "지금이 핸드볼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시기"임을 강조하며 "핸드볼 중장기 전략인 '비전2020'이 이어질 수 있도록 SK그룹의 지원이 지속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를 청취한 한 부회장은 "핸드볼협회 지원을 위해 내부 조정을 진행 중"이라면서 "논의가 정리되는 대로 협회에 알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핸드볼협회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최 회장은 지난 2월27일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면서 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핸드볼협회 정관에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본회의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된 규정 때문이다.
 
또 국가공무원법 제33조 3항에는 '금고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 등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는 결격사유가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핸드볼협회는 60일 내 새 회장을 뽑아야 하지만, 선출 기한인 지난달 26일까지 후임자를 물색하지 못했다.
 
핸드볼협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당장 내년부터 중장기 사업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SK는 핸드볼계 최대 후원기업으로 최 회장이 2008년 12월부터 핸드볼협회를 이끌면서 그간 약 65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의 지극한 핸드볼 사랑은 귀감이 됐다. 협회가 연간 집행하는 예산 90억원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등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 사업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핸드볼협회는 당장 올해 예산 부담은 없는 상황이다. SK그룹이 올 초 올해 운영비 45억원을 지원한 덕이다. 하지만 내년부터가 문제다. 최 회장이 부재하면서 SK그룹이 향후 지원 여부를 명확하게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다.
 
핸드볼계 관계자는 "올해는 SK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이나 사업계획을 진행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면서 "다만 내년부터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 중장기 사업이 중단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오랜 숙원이었던 전용관 설립이 진행된 것도 모두 최 회장 덕분이었다"며 "최 회장 부재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이 계셨더라면 이런 고민 자체를 덜 수 있었을 텐데"라고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핸드볼계의 지원군을 자처했던 SK그룹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협회 지원비를 매년 계열사 별로 각출하는데, 최 회장의 공백으로 부담 비중 여부를 두고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야박하게 하기에는 핸드볼과의 인연이 너무도 깊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었다면 일도 아닌데, 부재 중이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조차 못하고 있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SK그룹에 산적한 현안도 협회 지원에 대한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요인으로 지목된다.
 
SK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룹 현안들이 많은 탓에 협회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핸드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정리해 조만간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잃어버린 핸드볼계의 속앓이가 가중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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