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초고속열차 TGV와 발전설비를 생산하는 프랑스의 기업 알스톰이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다만 새롭게 알스톰의 인수 대상으로 떠오른 독일의 엔지니어링 그룹 지멘스에게 여지를 남겨둔데다 프랑스 정부의 견제도 만만치 않아 인수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알스톰 이사회가 29일 밤(현지시간) 에너지부문에 대한 인수에 120억달러 이상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GE의 제안을 일단 수용한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 등이 보도했다.
인수가 이뤄질 경우 알스톰은 인수대금으로 30억달러의 채무를 변제하고 핵심 열차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주주들에게 특별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스톰은 다음달말까지 외부 컨설턴트와 특별 이사회로부터 인수 적정성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기간에 다른 업체의 인수 제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며 지멘스에게도 문을 열어두었다. 지멘스는 이날 알스톰의 에너지부문을 인수하는 대가로 자사의 운송부문과 현금을 준다는 조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알스톰은 프랑스의 핵발전설비에 사용되는 전력생산용 모터와 초고속열차 TGV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대표기업이 외국으로 넘어가는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장관은 알스톰이 프랑스의 핵발전설비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알스톰의 일부 자산은 정부의 전략적 자산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인수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프랑스 정부의 고민거리다.
몽트부르 장관은 "이번 인수에서는 경제적인 면뿐만 아니라 산업적·사회적인 문제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GE는 프랑스 정부의 적대적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전날 제프 이멜트 최고경영자(CEO)가 프라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면담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멜트는 올랑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프랑스 정부가 이번 인수와 관련해 걱정하는 점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서한에는 프랑스에서의 고용 보장과 핵심 사업부 본사의 프랑스 배치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로이터통신 등은 프랑스 정부는 아직 지멘스를 인수 대상자로 더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업부를 맞교환하면서 알스톰은 운송부문에, 지멘스는 에너지부문에 집중하면서 각 산업을 대표할 수 있는 두개의 유럽 기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알스톰이 프랑스 정부와 상의도 없이 GE와의 인수를 논의한 것도 올랑드 정부의 불만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GE나 지멘스 이외의 제3의 대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전력청(EDF)이나 항공·방산업체인 사프란, 원전그룹 아레바 등이 알스톰의 에너지부문 인수 협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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