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여야 내부에서 내각 총사퇴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 총리가 책임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총리가 이례적으로 주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면서 정치권 안팎으로 사퇴 표명이 예견되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여권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다만 실종자 수색 등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 수습에 전력을 기한 뒤 책임을 지는 게 순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분노가 극도로 치솟은 상황에서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음은 정 총리의 사퇴 기자회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린 학생들이 수학여행길에서 목숨을 잃고 많은 분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고,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들의 절규가 잠을 못 이루게 합니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하고,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 깊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며, 구조되신 분들의 이번 상처에 쾌유를 빕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 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서 저는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인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고 사죄드리는 길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은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하루빨리 구조작업을 완료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될 때입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적퇴들이 시정되어서 더 이상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디 국민 여러분과 세월호 피해자 가족분들께서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는 저를 용서하고 이해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사고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활동에 임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이번 사고가 원만하게 수습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시고, 다시는 이런 참담하고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 번 호소드립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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