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정기종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 시장에 충격을 안긴 지 1분기 만이다. 하지만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5 효과가 크게 반영되지 못하면서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영업이익 예상치를 밑돌았다.
삼성전기는 25일 올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1조7287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86.7% 급감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300억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여전히 가장 큰 버팀목은 LCR(칩부품)으로, 삼성전자향 매출이 이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갤럭시S5향 부품이 3월말부터 생산되기 시작해 사실상 1분기 실적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고, 이마저도 출고가 하락 압력으로 인해 큰 이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CI(기판)부문 역시 메인보드용 기판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요 거래처 수요 약세로 패키지용 기판 매출이 줄었다. 이에 따라 전 분기 대비 10% 감소한 39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업구조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인 ACI부문은 신제품 개발과 거래선 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CDS(파워·네트워크모듈)부문은 모바일용 와이파이 모듈 매출이 확대되고 국내외 대형 유통 거래처에 전자가격표시기(ESL) 공급이 증가했으나, TV용 파워 제품 매출이 줄었다. 이에 전 분기 대비 4% 감소한 374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창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IT 산업의 비수기 영향과 주요 고객사가 중저가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2012~2013년 설비투자 확대로 인한 고정비 증가로 손익분기점 수준이 높아진 점도 이익 개선 속도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기는 그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해온 전자가격표시기(ESL) 공급이 최근 들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ESL 부문이 전체 CDS 부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신춘범 삼성전기 상무는 이날 여의도 신한금융투자타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매장관리 시스템을 ESL과 연동해 3개월 정도 유통업체가 사용 중이고 문제가 없으면 계속 롤업(Roll-Up)될 것”이라며 “해당 분야는 올해 2배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고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최근 글로벌 모바일 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을 헤쳐나가고 있다. 신규사업 발굴, 매출처 다각화, 안정적인 사업구조 확보 등이 시급한 시점이지만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올 2분기 시장전망에 대해 전문가들은 갤럭시S5 효과가 본격화됨과 동시에 갤럭시S5 프리미엄 모델을 비롯한 각종 파생상품, 타 거래선 증가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처럼 2000억원대를 돌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영노 삼성전기 경영지원실장 전무는 올 2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권 전무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제일 저점이었고, 올해 2분기가 되면 전략 거래선 등이 회복돼 성장할 것"이라며 "2분기도 1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올 2분기 갤럭시S5 효과 본격화와 함께 중국 모바일 기기 시장의 수요 확대가 삼성전기에게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1142억원으로 추정되며, 어닝쇼크 이후 실적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