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보다 '실리' 택한 담배소송..담배협회 등 강력 반발
2014-04-14 11:02:27 2014-04-14 11:06:5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손실의 책임을 묻는 담배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소송 규모는 애초 3370억원에 이를 것이라던 기대를 깨고 가장 적은 수준인 537억원으로 결정됐다.
 
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 책임을 강력하게 따지겠다는 명분 대신 일단 부분적으로 승소한 후 점차 소송을 확대한다는 실리를 택했기 때문이다.
 
14일 건보공단은 이날 오전 KT&G(033780)와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흡연피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청구금액은 537억원이며, 소송 대리인은 법무법인 남산과 공단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흡연문제는 일반 국민은 물론 청소년 여성들에게 심각한 폐해를 끼치므로 국가의 미래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소송을 추진했다"며 "반드시 승소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소송 규모는 공단이 내부 검토한 금액 가운데 가장 적은 537억원으로 결정됐다.
 
애초 건보공단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소송액 범위를 최대 3376억원에서 최소 537억원까지 정했지만, 지난 10일 흡연환자와 그 가족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개인 피해보상 소송에서 담배회사가 승소함에 따라 소송 규모가 대폭 줄었다는 분석이다.
 
공단이 제기할 담배소송의 전초전이었던 흡연환자의 소송에서 법원이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고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공단이 승소 가능성을 높이려면 비교적 낮은 금액을 청구해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게 더 안전하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소송 규모는 추후에도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흡연기간 30년 이상인 환자의 공단 부담 진료비 537억원을 우선 청구하고 소송 중에 청구 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며 "흡연과 폐암 간 인과성이 큰 소세포암과 편평상피세포암 등에서 시험소송을 제기한 후 소송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보공단이 소송 대리인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소송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담배협회와 한국납세자연맹 등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담배협회는 대법원이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을 언급해 "건보공단은 대법원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1999년부터 국내에서 제기된 모든 담배소송에서 기각 결정을 내린 사법부의 태도에 비쳐 건보공단은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은 공단이 국민 세금으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혈세낭비를 지적했다.
 
이들은 공단이 담배소송을 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성명을 내고 "국민건강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작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소송에 따른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를 막기 위해 당장 소송을 취하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건강보험에 지원되는 1조631억원을 원래 취지대로 금연사업에 지출하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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