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기금형 퇴직연금을 기존 계약형 제도와 병행하는 방식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를 통해 회사와 별도로 독립된 퇴직연금 기금을 신탁(trust) 형태로 설치해 운영하는 제도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기금형 퇴직연금의 필요성 및 도입방안' 보고서에서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를 존치하되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병행 방식으로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말 14조원이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84조3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퇴직연금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 성장은 미미해 소비자의 신뢰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현행 계약형 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해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 관련 모든 업무를 일괄 위탁하는 방식"이라며 "이런 체계 탓에 자산관리 업무를 감시·견제해야 하는 운용관리기관이 자산관리기관 역할도 함께 담당하는 사업 구조가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자의 금융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용관리와 자산관리를 동시에 하는 금융사에 권한과 역할이 집중됐다"며 "이런 경우 상품 라인업 불충분, 자사상품 편입운용 과다, 감독 미흡 등으로 인해 연금 가입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금형 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이 제도는 기금 자산의 법적 권한이 수탁자에게 귀속되므로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가 강화된다"며 "수탁자가 금융 전문가로 선정되면서 운용관련 전문성도 배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수탁자는 신탁 약관에 따라 가입자와 연금 수급자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책임을 지게 되고 수탁자 선정 과정에도 근로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등 근로자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의사결정과 자산운용 관리 감독이 용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 선진국인 영국과 미국·호주·네덜란드·프랑스·덴마크의 연금제도 또한 기금형이 주류"라고 소개했다. 호주의 퇴직연금제도인 슈퍼애뉴에이션의 경우 소속 기업 또는 산업이 설정한 기금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이 설정한 기금에도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근로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세제 혜택을 강화했다. 그 결과 적립금 규모가 1조8000억호주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는 다만 "기존 계약형 제도를 일률적으로 폐지하면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계약형과 기금형의 경쟁적 지배구조 아래 기금형을 도입해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년 직장인들이 우산을 쓰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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