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대 노동쟁점..갈길 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공청회 이틀간 개최
2014-04-11 20:19:03 2014-04-11 20:23:05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한국의 노동 쟁점 3가지와 관련해 열띤 격론이 오갔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렸다.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이틀간 열린 공청회에는 근로시간 단축, 노사정 관계 개선, 통상임금 등 3개 현안을 주제로 정부와 학계에서 각각 1명,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2명씩 참석해 물고 물리는 논의가 이어졌다.
 
현안별로는 각 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정부와 경영계 대 학계와 노동계' 양상으로 토론이 전개됐다. 
 
◇무늬만 근로시간 단축..대통령 공약임에도 결실 없어
 
9일 오전 열린 근로시간 단축 공청회에서는 정부 대표로 참석한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을 향해 환노위 의원들이 화살이 몰렸다. 고용부가 최근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 방안이 초안에 비해 훨씬 후퇴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을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800시간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기초해 고용부는 지난해 6월 내놓은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에서 "창조경제와 실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열쇠"라며 "2017년까지 평균 근로시간을 연간 1900시간 이하로 단축한다"는 안을 내놨다.
 
특례업종 10개(한국표준산업분류 기준)를 제외한 모든 사업장에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토록 한다는 것으로, 현재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4인 이하 사업장도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당정 협의에서 규모에 따라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며 시기를 늦췄고, 지난해 2월에는 아예 2016년까지 법 시행을 유예한다고 못을 박았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임금 관련 공청회
 
기존 안은 '시기상조'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제적 타격' 계산에서도 4인 이하 사업장은 아예 뺐다.
 
임 정책관은 "대통령의 공약, 로드맵, 주관 과제가 단계적으로 구체화된 결과로 봐 달라"며 양해를 구했다. 법 제도 개선만으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밖에도 고용부의 '일주일=5일' 행정해석과 관리·감독 부실과 관련해 비판이 제기됐다.
 
◇"노정 갈등 역대 최대"..고용부에 화살
 
같은 날 오후에 진행된 노사정 관계 개선 관련 공청회에서는 오전보다 더 강도 높은 질타가 쏟아졌다. 민간기업 노사 관계를 개선하기 이전에 '공공' 부문 노조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지적. 
 
특히 올 정부 들어 노정 갈등이 역대 최고라는 데 대해서는 노동계는 물론 야당 의원들과 학계가 뜻을 같이 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화진 노사협력정책관은 "기재부나 다른 주무부처들이 근로기준법상 기준을 준수하도록 요청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주무부서로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해 비난을 샀다.
 
노사정 관계 개선과 관련해 주된 쟁점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사노동조합의 법적지위를 인정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에 대한 고용부의 무시였다. 지난 27일 ILO는 두 노조의 법적지위를 인정하라는 권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한국 정부에 이례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경영계를 제외한 각 계는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글로벌 스탠다드'를 노동 현안에도 적용하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한국적 특수성'을 이유로 해당 노조들을 특별법이 아닌 노조법으로 편입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밖에 노조 대상 손해배상 소송 및 가압류 불허 등에도 '법적으로 어렵다'는 그간의 입장을 되풀이해 뚜렷한 대안은 끝내 도출되지 않았다.
 
◇1개월 넘어도 고정적 임금 vs 일본·미국에서도 통상임금에 포함 안 해
 
10일 열린 통상임금 관련 공청회에서는 각 계가 규정하는 통상임금의 정의가 달라 처음부터 진통을 겪었다. 특히 '1임금 지급기'에 대한 입장차가 컸다.
 
경영계는 "1개월이 넘는 기한마다 지급되는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일관 되게 주장했다. 고용부의 예규에 따라 지금까지 이어져온 관행인 데다 경영상 부담도 커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해당 예규는 지난 1988년 제정된 '통상임금 산정지침'으로, 통상임금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의해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해진 기본급과 정기·일률적으로 1임금산정기간에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급 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당시 통상임금이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아, 고용부는 1982년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관련 정의규정을 신설했다.
 
90년대 중반 들어 법원이 '임금이분설'을 폐기, '임금일체설'을 펼치기 시작했지만 고용부는 자신의 예규를 유지·고수해, 법과 행정해석 상 격차가 벌어지면서 민간에서는 노조 간 혼란과 갈등이 커졌다.
 
급기야 지난해 5월에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대법원도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을 정의하는 새로운 판결을 냈다.
 
이에 고용부도 그간 행정해석 상 유지해 온 1임금지급기를 폐지했지만, 노조 간 갈등은 과도기 상태다. 노동계에서도 세부적인 부분과 관련해 입장 차가 있지만 1개월을 넘더라도 정기성이 인정된다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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