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재무담당 실무진 "동양그룹 CP상환 능력에 의문"
금융위 CP발행 규제 예고에도 임원들 적극 대응 안해
2014-04-10 18:22:52 2014-04-10 18:27:00
[뉴스토마토 박중윤기자] 수조원이 넘는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4)의 공판에서 그룹 재무담당 실무자들 대부분이 CP상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 심리로 열린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 재무부장 조모씨는 "저희 실무진끼리는 당시 그룹 상황이 매우 암울하다고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변호인 측이 CP발행에 대해 "당시 그룹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었고 자산을 매각하면 CP를 상환할 수 있다고 한 현 회장의 말을 믿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조씨의 이 같은 증언은 지난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동양그룹 전략관리본부 재무팀장 이모씨가 "당시 CP발행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취지를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조씨는 또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와 CP에 대해 사실상 발행이 전면적으로 불가능하게 되는 금융위 규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당시 상당히 큰 일이었음에도 불구,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며 당시 현 회장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했다.
 
조씨는 당시 ㈜동양과 동양시멘트가 동양래져와 동양인터내셔널을 지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당시 양사의 차입금이 1조원에 육박했고 이자만 해도 연 900억원이 나가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양사의 영업이익이 전혀 없어 자체 충당이 되지 않아 전략기획본부를 통해 CP와 회사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이어 "동양그룹의 자금구조는 출자순환 구조이기 때문에 동양래져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무너지면 동양 그룹 전체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법정에서는 재판을 방청하던 동양사건의 피해자가 소란을 일으켜 퇴정조치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6) 측 변호인은 "투자자들이 민사상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해 피해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입장"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감내 하겠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2012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1조3000억원 상당의 CP·회사채를 발행해 4만명이 넘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오는 14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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