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피해에 따른 진료비 환수 청구소송'을 제기할 예정인 가운데 대법원이 10일 폐암 환자와 그 가족 등이 국가와
KT(030200)&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패소를 확정했다.
건보공단 측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축소하며 담배소송에 여전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10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11일까지 소송을 전담할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담배소송 준비상황을 점검했으며, 소송액은 최소 537억원에서 최대 3376억원으로 정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김종대 이사장이 흡연에 따른 건보재정 손실이 매년 1조7000억원이라고 주장하며 담배소송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후 소송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현재 공단의 소송 대상은 KT&G와 필립모리스, BAT, JT인터내셔날코리아 등 4개 업체.
건보공단은 폐암 환자 등이 낸 담배소송이 공단이 낼 소송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관심을 뒀다. 환자 측이 승소하면 공단의 소송은 더 힘을 받기 때문.
◇국민건강보험공단(사진=뉴스토마토)
그러나 이날 법원이 '흡연과 암의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담배회사 손을 들어줘 건보공단은 소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다소 힘이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공단은 이번 판결이 개인소송이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소송을 강행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공단 관계자는 "개인이 낸 담배소송은 흡연에 따른 암 발생을 보상해 달라는 취지지만 공단이 제기할 소송은 흡연에 따른 사회적 피해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보상"이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 의회와 시민단체 등에서 공단의 소송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고 있어 소송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보공단은 공단이 오랜 시간 구축한 빅데이터의 힘을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130만명의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총 건보 진료비 46조원 중 3.7%가 흡연에 따른 것"이라며 "흡연 남성은 일반인보다 후두암 발생도 6.5배 높고, 폐암은 4.6배, 식도암은 3.6배 높아 흡연과 암의 인과관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담배소송 시나리오별 소송규모(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다만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건보공단 소송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은 변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는 담배의 유해성과 흡연에 따른 건강 피해를 우려해 건보공단에서 제기하는 담배소송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중하고 세밀하게 소송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로서는 소송에서 건보공단이 승소한다면 그간 지지부진하던 담뱃값 인상론과 흡연규제가 탄력을 받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나타났듯 승소 가능성이 적고, 만에 하나 패소하면 안 그래도 흡연자들의 반대여론이 드센 금연정책에 부담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관심을 끄는 소송규모는 가장 낮은 수준인 537억원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복지부가 소송에 신중하라고 압박하는 데다 대법원이 담배회사 측 손을 들어줌에 따라 34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명분이 적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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