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김황식 "당 지도부 무능에 결단·충정 폄하"..공식 일정 취소
이성헌 캠프위원장 "당 지도부 조치 따라 향후 일정 결정"
2014-03-27 19:57:22 2014-03-27 20:01:28
[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황식이형이 제대로 뿔났다. 27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이 양자구도가 아닌 삼자구도로 확정된 것에 대한 분풀이로 파악된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공천관리위원회의 경선 후보 발표 소식을 듣고 크게 격앙해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 측 이성헌 전 의원은 이날 저녁 여의도 선거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총리의 결단과 충정이 무참히 폄하되고 짓밟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 김 후보가 '특혜'에 기대려는 사람처럼 일방 매도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김 전 총리와 함께 빅 3로 불리는 이혜훈 전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을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1차 컷오프 발표 당시 공천위가 이 전 최고위원의 배제를 겨냥한 듯 '정밀 여론조사 실시 후 양자구도 카드'를 제시함에 따라 여권 안팎으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과 '특정 후보 지원설' 등이 난무했다.
 
이 전 최고위원과 정 의원은 '양자구도 불가' 입장을 고수한 반면 김 전 총리는 양자대결을 수긍한다는 의견으로 양 측이 대립 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김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온 몸을 던졌다. 그동안 소위 박심 논란을 비롯 온갖 오해와 음해에도 일체 맞대응하지 않고 깨끗한 선거, 아름다운 경선의 원칙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작 그동안 쟁점이 됐던 모든 현안들의 수혜자는 김 후보를 매도하던 사람들"이라며 "마치 김 후보가 그것을 바라고 심지어 짜고 한 것이란 오해까지 받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News1
 
이 전 의원은 구체적으로 ▲김 후보가 방미 당시 대리 등록이 충분히 가능했음에도 당에서 후보 등록기간을 늦춰 오해를 받은 점 ▲순회경선은 국민참여경선 정신과 대원칙임에도 타후보가 김 후보를 걸고 불만을 제기하자 돌연 원샷 경선으로 바꾼 점 ▲공심위가 김 후보를 도와주기 위해 2차 컷오프를 시도하려고 했다는 점 등을 오해 사례로 제기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매번 당내 기득권자인 특정 후보의 입김에 원칙 없이 흔들리면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선거 승리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당의 무능과 무책임한 경선관리가 김 후보로 하여금 더 이상의 경선 행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고 경선판 전체를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당 지도부 경선 관련 빚어진 일련의 혼선과 오해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분명한 해명과 구체적 재발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또 "김 후보가 내일 일정을 소화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면서고 경산 불참이나 탈당에 대해선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지도부가) 얼마나 책임 있는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한편 경선 발표 이후 이 전 최고위원 측은 후보들에게 삼자회동을 제안했고 정 의원 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은 김 전 총리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컨벤션 효과는 커녕 지난 2007년 대통령 경선의 친이·친박계 갈등과 같은 내홍으로 커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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