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 기자] 동양그룹의 '사기 기업어음(CP) 발행' 사건이 오는 27일 시작되는 가운데 '갚으려고 했다'는 현재현 회장(64)과 '계획된 범죄'라는 검찰의 주장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위현석)는 25일 열린 현 회장의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에서 동양그룹이 투자자를 속이려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라고 정리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특징은 동양그룹이 증권사를 가지고 있어서 CP를 발행하면서 증권사를 속일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라며 "동양증권과 한 몸이 돼 일반 피해자를 기망한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상환이 돌아오는 CP를 다른 계열사의 부당지원으로 차환발행을 계속하고자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며 "금융투자업법이 개정돼 동양증권이 부실계열사의 CP를 취급하지 못하게 돼 변제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 회장의 변호인은 "동양그룹 계열사는 법률적으로는 독립된 법인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하나의 기업체"라며 "변제능력의 유무는 개별회사의 능력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그룹전체를 바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양그룹은 2012년 총자산이 총부채액을 초과해 변제할 능력이 충분한 상태였다"며 "회생신청을 한 이유만으로 채무변제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은 결과에 책임을 묻는 상당히 부당한 논리"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러한 발언은 동양그룹의 시각을 드러내는 발언"이라며 "하나의 기업이라는 이유로 계열사의 변제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지원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은 "연결돼 있는 기업은 한 계열사가 잘못되면 나머지 전체가 부도가 난다"며 "어려운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가 지원하고 이후에 보상을 받게 되면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외국 판례"라고 맞섰다.
또 변제능력과 관련해 "계열사의 부도위험이 다가오자 그룹의 주력인 동양시멘트와 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 매각을 고려했다"며 "이를 통해 최소 6000억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돼 변제능력은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회계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서는 "경영상의 이유로 매출액을 키웠고, 이를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오히려 숨겼다면 회계부정이 될 것"이라며 "도덕적인 비난은 받을지언정 형사처벌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첫공판은 27일 10시에 열린다. 앞으로 재판부는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가장 넓은 417호 대법정에서 사건을 심리한다. 재판 당일 피해자가 법정으로 몰릴 전망이고, 현 회장을 포함해 11명이 기소된 점을 고려한 조치다.
현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동양레저와 동양캐피탈 등 부실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판매해 1조3032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56)과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38),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서널 사장(48) 등 그룹 고위 임원 10명도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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