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SBS 예능프로그램 '짝' 녹화 도중 여자 출연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제작 행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1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계·시민단체와 함께 '리얼 예능의 현재진단 및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과도한 편집방식이 지적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편집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인격을 최대한 존중하며 그들과 충분한 소통을 하고자 노력하지 않을 경우 출연자들은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일반인이 방송에 출연할때 작성하는 '출연 동의서' 속의 인권침해 요소를 점검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돌의 노예계약 논란 이후 연예인들이 소속사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연예인 표준계약서가 마련된 것처럼 이번 기회에 일반인 방송출연 동의서도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로그램 출연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개그맨 이봉원씨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 촬영 중 안면에 타박상을 입었다.
배우 이연두씨의 경우 KBS 교양프로그램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 촬영 도중 브라질 현지 경찰에게 체포당했다.
배우 정정아씨도 지난 2005년 '도전 지구탐험대'에 출연했다가 아나콘다에게 물리는 사고를 당했다.
김언경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특별위원회 위원은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한 출연자들의 극한경쟁과 출연자들을 도구화하는 악마의 편집이 문제"라며 "프로그램 출연자의 안전문제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진정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에 대본이 마련돼 있고, 촬영과정에서 리얼리티가 구현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최근 SBS의 오지 리얼리티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은 뉴질랜드 편을 촬영할 당시 한 출연자의 소속사 대표의 '폭로성 발언'으로 인해 많은 논란을 겪었다.
이후 누리꾼들은 실제로 방송에 등장한 원주민들이 관광코스를 홍보하는 홈페이지 속 인물과 같다거나 출연진이 어렵게 올라간 코스가 사실은 자동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코스라는 등 온갖 의혹을 쏟아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나 KBS '안녕하세요'에 출연자들의 사연이 조작됐거나 과장 또는 연출된 것이라는 의혹도 많다.
최민희 의원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입각해 출연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그때마다 대중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새로운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지금까지 방송이 강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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